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은행이 담보인정비율(LTV) 관련 정보를 교환한 것이 담합이라며 총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담합 탓에 LTV가 낮아져 담보대출 수요자가 원하는 만큼의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피해를 봤다고 질타했다. 2016년 정보교환을 통한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 담합’이 무혐의 종결된 사례와 정반대 결론이다.
‘CD 금리 무혐의 판정’ 이후 공정위는 민감한 거래 관련 정보교환을 담합으로 간주할 수 있는 근거 조항(공정거래법)을 만들었다. 이번 LTV 담합 판정은 2021년 12월 이 조항 시행 후 정보교환을 담합으로 판정 내린 첫 사례다. LTV에 관한 일체의 정보교환은 ‘경쟁제한 행위’라는 게 공정위 설명이지만 공감하기 어렵다. 정보교환 후 4대 은행은 LTV를 짜맞춘 듯 조정하지 않았고 LTV가 동일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담합으로 은행이 얻은 이익이 없다. 정보교환의 결과는 LTV 하향이었고 이는 4대 은행의 이자 수입 감소로 이어졌다. 리스크 관리를 위한 건전성 유지 차원의 동종 업계 간 정보 교류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공정위는 담보대출액을 줄여 부족액만큼을 고금리 신용대출로 유도하려고 했다고 주장하지만 논리 비약이다. 정보 교환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농협·부산은행 등에서 더 높은 LTV로 더 많은 대출을 받을 길이 열려 있었다. 더구나 정보교환 당시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집중하라’고 창구 지도를 하던 시점이다. 유럽연합은 LTV 정보를 공공재로 인정하고 정보교환을 허용하고 있다는 게 은행 측 주장이다.
공정위가 갈수록 제재 남발로 치닫는 듯해 걱정스럽다.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지도에 따른 이통 3사의 판매장려금에도 담합 판정을 내렸다. 이러다 보니 판정 불복 소송에 공정위가 패소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새해 들어서도 현대제철에 부과된 900억원대 과징금이 위법 판정을 받았다. 과징금 만능주의에 빠져 ‘억울하면 재판하라’는 식이라면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