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놓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일촉즉발의 관세 전쟁에 돌입할 태세다. 최근 재집권 1년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 가운데 EU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 프랑스, 영국, 독일 등 8개국에 다음달부터 10% 관세(6월부터는 25%)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자, EU도 이른바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159조원 규모의 보복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80년간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중심축이던 ‘대서양 동맹’의 파열음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에게도 결코 ‘강 건너 불’일 수 없는 변화다.
덴마크는 육군참모총장이 직접 인솔한 추가 병력을 보냈다. 이들은 그린란드 침공에 대비한 방어 훈련을 실시할 예정인데 사실상 미국을 ‘침공국’으로 가정한 준비 태세 강화다. 캐나다는 그린란드 지지를 위한 파병과 미국과의 전쟁 시나리오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균열이 세계 안보 지형에 줄 충격은 가늠하기 어렵다.
당장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할 예정이던 8000억달러(약 1175조원)의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합의가 연기됐다. ‘셀 아메리카’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미국과 유럽의 관세 전쟁 우려에 이어 덴마크 연기금이 1억달러(약 1468억원) 규모의 미 국채를 이달 말까지 모두 팔고 철수한다고 발표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충분히 충격적이던 ‘트럼프의 1년’인데, 그는 점점 더 우리가 예전에 알던 미국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제는 1년 성과를 자평하는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알래스카 천연가스를 개발할 천문학적인 자금을 끌어들였다고 자랑했다.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대상에 한정한다던 우리의 대미 투자가 위험성 높은 파이프라인 건설에 투입될 우려가 커졌다. 10년 이상 전개돼온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국 견제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으로 알았던 미국이 이처럼 자국 패권 확장에 열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전 세계에 불안이 커지고 있다. 남은 임기 3년도 ‘트럼프 롤러코스터’를 버티려면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