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안 살래요' 돌변에…잘나가던 인천 중고차 '초비상' 상황

입력 2026-01-21 16:54
수정 2026-01-21 23:52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중고차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러시아, 중동, 중남미 등 수출 대상국이 도시 환경 개선 등을 명목으로 중고차 수입 기준을 강화한 데다 작년 하반기부터 해상 운임이 상승해 물류비 부담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중고차 품질 인증까지 요구하는 등 관련 시스템이 부재한 중소 중고차 수출업체마다 비상이 걸렸다. ◇ 중고차 수출 잔치 끝났나 21일 인천본부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인천항에서 통관된 중고차 수출 물량은 총 5만1000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00여 대 줄었다. 2024년 월 1만~3만 대가량씩 늘던 증가세가 한풀 꺾인 셈이다. 인천항만공사는 올해 중고차 수출량이 지난해보다 10만~20만 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중고차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은 복합적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한국산 중고차를 수입하는 일부 국가가 성능이 떨어지는 차량에 대해 수입 규제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부터 2000cc 이상 중고차는 재활용세를 내도록 했다. 연식이 오래된 차량이 내뿜는 매연 등 환경오염 문제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탓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10월 도입한 폐차 세 역시 2030년까지 세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중고차 처리 비용이 커지는 만큼 인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리아도 지난해 7월부터 연식 2년이 넘는 중고차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 페루와 에콰도르 등 중남미 일부 국가 역시 수입 중고차 연식과 운행거리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 차량 인증서 요구까지 진입장벽 높아져 인천 중고차 수출업체 A상사는 최근 스웨덴과 노르웨이 무역업체와 중고차 수출을 타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중동과 중앙아시아에 집중된 수출 시장을 유럽으로 다변화할 기회였으나 엄격한 품질 인증 요구가 걸림돌이 됐다. A사 관계자는 “유럽 국가들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중고차 인증 기준에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별도의 인증서를 요구하지 않던 중동·중앙아시아 국가들도 기류가 크게 달라졌다. 이들 국가에서도 중고차 매연 등 문제가 대두되면서 차량 성능을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대포차나 도난 차량, 침수 차량 등이 마구잡이식으로 수출되자 현지에서 한국산 중고차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 이유도 있다. 실제 요르단이 중고차를 수입하는 대상 국가들 가운데 한국은 2020년 2위에 올랐으나 2022년 4위로 밀려났고 2024년에는 10위권 밖으로 멀어졌다.

중고차 수출에 필요한 컨테이너 선박의 운임지수 상승도 수출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1160으로 떨어졌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이달 16일 기준 1574까지 올랐다. 컨테이너운임지수가 상승하면 물류비 부담이 커져 중고차 수출이 위축될 수 있다. 박창호 인천시의원은 “지역 경제에 비중이 큰 중고차 수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인천시가 수출 통합시설을 구축하고 차량 품질 인증 센터를 마련하는 등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