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희망 고문'이다." 테슬라가 국내에 배포한 'FSD'(풀셀프드라이빙) 기능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이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테슬라는 지난해 미국에서 생산되는 모델 S·X, 사이버트럭에 대해 감독형 FSD의 국내 사용을 허용했다. 국내 테슬라 판매량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산에는 여전히 FSD가 불가능한데도 "언젠가는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 소비자 의견도 분분하다. 앞서 2024년에는 "테슬라 FSD는 무용지물"이라며 차주들이 집단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FSD 옵션을 많게는 1000만원까지 주고 샀음에도 수년째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한 전기차 차주는 "테슬라를 사려고 살펴봤는데 물리 버튼도 없어 불편해 보였고, 생각보다 마감이 좋지 않았다. 미래에 FSD가 된다는 확신도 없어서 다른 브랜드를 샀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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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FSD가 테슬라 판매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설득을 얻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기대는 높은 편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이 2024년 설문조사 플랫폼 엠브레인을 활용해 전국 14~79세 남녀 3000명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45.1%가 '자율주행차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없다'고 답한 비율(26.2%)보다 훨씬 높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10대가 53.2%로 가장 높았고 20대도 47.5%에 달했다. 젊을수록 '하이테크'로 여겨지는 자율주행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반영된 것이다.
이런 자율주행 선호도는 수치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의뢰해 세대별 수입차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30대의 모델Y 판매량은 1만5882대로 2위 BMW5 시리즈(3795대)보다 약 5배 높았다. 40대 모델Y 판매량은 1만6593대로, 2위 벤츠 E클래스(5827대) 대비 약 3배 많았다. 20대 또한 모델Y 판매량 1400대로 1위였다. 20~40대까지 그간 수입차 시장 터줏대감인 BMW와 벤츠를 제치고 압도적인 선택을 받는 것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20일 엑스 계정에 "한국인들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종종 한발 앞서 있다(Koreans are often a step ahead in appreciating new technology)"고 썼다. 최근 일어난 FSD 열풍 등을 고려해 전세계 시장과 달리 유독 한국에서만 판매량이 높은 상황을 좋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FSD, 쓰지 못해도 '혁신의 아이콘'...2030 환호FSD 사용 가능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 속에서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테슬라가 추구한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이 20~40대 젊은 층에 각인돼 '혁신의 아이콘'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KATRI 설문에서도 '자율주행차'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단어)를 주관식으로 답하게 한 결과 2위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을 꼽았다.
지금은 흔해진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2015년 처음 도입한 업체 또한 테슬라다. 하드웨어가 중심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따라 차량 성능을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자동차는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 기반에서 작동하면서 지속해서 발전하는 일종의 플랫폼이 된 것이다.
테슬라를 최근 샀다는 임모 씨(26)는 "현대차 아이오닉, 기아 EV, 볼보 EX30, 아우디 A4, 테슬라 모델3를 후보로 두고 고민했다"며 "FSD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차량 관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반의 유지보수 측면에서 타사 차량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 테슬라를 골랐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테슬라는 젊은 층이 갖고 싶은 차에 대한 이미지와 OTA 등등 혁신의 아이콘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젊은 층 중심으로 판매량이 상승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테슬라도 국내 시장 중요성을 인지해 다른 나라 대비 가격을 훨씬 많이 내리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