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이 출마한 정당이나 후보자와 직접 관련이 없다면 특정 지역·성별을 비하하는 표현이 담겨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혐오스럽거나 모욕적인 표현이 있더라도, 그 내용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와 직접 연결돼 실제 선거에 영향을 미쳐야 공직선거법 위반이 성립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남성혐오 커뮤니티 ‘워마드’ 운영자 A씨가 대전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정보 삭제 요청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대전시선관위는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A씨가 운영하는 워마드에 올라온 게시글 3건이 공직선거법 제110조 2항을 위반했다며 삭제를 요청했다. 해당 조항은 선거운동을 위해 정당이나 후보자 등과 관련해 특정 지역이나 성별을 공개적으로 비하·모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문제가 된 글은 여야 후보 가운데 전과자가 많다는 보도에서 여성 후보 2명의 전과를 부각했다며 기자나 언론사를 비난한 내용, 여성의당 후보의 선거 유세를 돕던 당원에게 돌을 던진 남성을 비난한 내용 등이었다. 여기에는 ‘한남(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은어)××’ 등 남성을 비하·모욕하는 표현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1·2심은 게시글 내용이 공직선거법 제110조 2항에서 규정한 ‘선거운동을 위해 정당이나 후보자 등과 관련해 특정 성별을 공연히 비하·모욕’하는 정보에 해당한다며, 삭제를 요청한 대전시선관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제110조 2항에서 특정 지역·지역인이나 성별을 비하·모욕하는 것과 정당·후보자 등과의 관련성이 인정되려면 “비하·모욕하는 ‘행위’가 정당·후보자 등과 관련이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표현의 ‘내용’ 자체가 정당·후보자 등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어서 그로 인해 특정 후보자의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