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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식품세 인하를 발표하자 채권 추가 발행에 대한 우려로 일본 국채와 엔화, 일본 증시 모두 하락했다.
20일(현지시간) 일본의 4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4% 치솟으면서 40년물이 2007년에 출시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25베이시스포인트(1bp=0.01%)이상 올랐다. 30년 및 40년물 일본 국채가 25bp 이상 오른 것은 지난 해 4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해방의 날’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2.4%에 근접했다.
채권 가격 하락으로 엔화는 최대 0.3% 하락한 달러당 158.60엔까지 떨어졌다. 이 날 모든 주요국 통화가 미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인 가운데 이례적인 움직임이었다. 엔화 약세 영향으로 한국 원화 등 아시아 통화들도 전반적인 약세를 나타냈다.
국채가 급락하고 아시아 증시 전반이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닛케이225도 1.1% 떨어졌다.
일본 국채의 매도세 증가는 투자자들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식품세 인하 공약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다카이치 총리가 작년 10월 취임한 이후로 20년물 국채와 40년물 국채 수익률은 약 80bp 올랐다.
투자자들은 2월 8일로 예정된 조기 총선을 앞두고 도쿄 증시의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NLI 리서치 연구소의 후쿠모토 유키 수석 금융 연구원은 "소비세 인하에 대한 명확한 재원 마련 방안이 없어 시장에서는 정부가 채권 발행으로 재원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일본 채권을 매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수년간 초저금리 기조로 인해 일본의 채권 수익률은 세계 평균보다 훨씬 낮게 유지돼왔다. 그러나 이제는 일본의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약 3.5%인 독일의 같은 만기 국채 수익률을 넘어선다. 일본 채권의 수익률은 단리 수익률로 표시되는 반면, 국제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복리 수익률을 사용한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투자운용의 수석 채권 전략가인 마사히코 루는 "4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4%를 넘어선 것은 2007년 출시 이후 최고치로 국내외 장기 투자자 모두에게 점점 더 매력적인 투자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환 헤지를 통해 수익률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익률 급등으로 일본 국채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이 됐다. 일본증권협회(JSDA) 자료에 따르면, 현재 월간 일본 국채 현금 거래량의 약 65%가 외국인 투자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 3위 규모의 일본 국채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EX)는 장기 일본 국채 선물 거래를 도입할 예정이다.
반면 JSDA자료에서 일본 보험사들은 지난 12월에 만기 10년 이상 채권을 사상 최대 규모인 8,224억 엔(약 7조7,100억원) 어치 매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는 2004년 이후 최대 순매도 규모로 이 데이터도 채권 약세 심리를 부추겼다.
일본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음에도 선진국중 여전히 가장 높은 수준의 공공 부채 부담을 안고 있다. 이는 정부의 차입 확대 조치에 채권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일부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오르면 매도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4월부터 시작되는 회계연도 동안 국채 발행을 줄이고, 특히 초장기 국채 발행량 감축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국채 수익률이 계속 상승하면 일본은행이 채권 시장 폭락을 막기 위해 개입해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