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전방위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지수사권을 요구하고 나서자 금감원의 법적 지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민간 기관인 금감원에 검찰에 준하는 수사권을 부여할 수는 없다며 공공기관 재지정을 통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이달 말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결정할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본지 1월 20일자 A1, 3면 참조 ◇반복되는 공공기관 지정 요구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이달 30일께 공운위를 열고 금감원의 공공기관 포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재경부 장관은 매 회계연도 개시 후 1개월 이내에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심의·의결하도록 돼 있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는 매년 공운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1999년 출범한 금감원은 2007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감독기구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이유로 2009년 해제됐다. 이후에도 2011년 저축은행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 2013년 동양그룹 부실 사태 등 굵직한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금감원의 감독 책임론과 함께 공공기관 재지정 요구가 반복됐다.
논란은 2017년 금감원 채용비리 사건을 계기로 정점에 달했다. 당시 금감원을 지휘·감독하는 금융위원회는 공공기관 지정에는 반대 입장을 냈다. 대신 채용비리 근절,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공시, 엄격한 경영평가 시행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2020년 라임자산운용·옵티머스 사태 때도 공공기관 지정은 유보하되 5년 내 상위직급(1~3급) 비중을 기존 42%에서 35%로 낮추고 해외 사무소 일부를 폐쇄하는 구조조정 방안이 요구됐다. ◇금감원 “독립성 필요” 반발금융권 안팎에서는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2007년 이후 가장 거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이 전방위적인 특사경 인지수사권을 요구하면서 막강한 권력기관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금감원 특사경 활용도 제고 방안’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해당 방안에는 불공정거래 조사에 한정된 기존 수사 범위를 금융회사 검사, 기업 회계감리, 민생금융 범죄 전반으로 확대해 달라는 요청이 포함됐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단순한 감독기관을 넘어 ‘남부지검급 준(準)금융검찰’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부 내부에서도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동안 공공기관 지정에 부정적이던 금융위 내부에서도 현 구조로 금감원 통제가 어렵다면 새로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행정안전부 역시 지난해 9월 정부 조직개편안 발표 과정에서 “금감원은 역할과 권한에 비해 외부의 민주적 통제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도 당시 직원들에게 “강력한 권한을 지닌 금감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공공기관 지정을 막기 위해 전방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았을 뿐 금융위의 승인 아래 모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감독기구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세계적으로 강조되는 가치”라고 공공기관 지정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재정경제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라는 ‘옥상옥’이 생기는데, 무엇을 더 통제하겠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검찰에 버금가는 강력한 공권력(인지수사권)은 요구하면서 정작 그에 수반되는 공적 통제는 거부하는 태도는 모순적”이라고 꼬집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