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전환에 희비 갈린 北美시장…LG와 동시 첫삽 뜬 폭스바겐 양산 미뤄

입력 2026-01-20 17:59
수정 2026-01-21 00:53
캐나다 온타리오주 LG에너지솔루션·스텔란티스 합작 공장(넥스트스타에너지)에서 차로 두 시간 걸리는 폭스바겐 자회사 파워코 공장 부지엔 철골 구조물 뼈대만 앙상하게 서 있었다. 건설 장비들이 이따금 드나들었지만 여느 공사 현장과는 달리 속도가 더뎠다.

현지에서 만난 주민은 “전기차가 안 팔리다 보니 완공이 1년 넘게 지연됐다”고 말했다. 두 공장은 똑같이 2022년 말 첫 삽을 떴지만, 이미 양산에 들어간 넥스트스타에너지와 달리 파워코는 양산 시점을 2029년 이후로 미뤘다.

전기차 배터리에 올인한 기업들은 북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에 공장을 지으려던 기업들은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에 미국이 부과하는 35% 관세가 더해지면서 생산 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캐나다 앨리스턴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인 일본 혼다가 대표적이다. 150억캐나다달러(약 15조6822억원)를 들여 2028년 가동할 계획이었던 이 회사는 완공 시점을 2030년 이후로 미뤘다. 스텔란티스도 온타리오주 브램프턴 공장에서 지프 컴패스 차량을 생산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캐나다에 지사를 세운 유럽 배터리셀 회사들도 고객사를 구하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 스웨덴 노스볼트가 몬트리올 인근에 짓기로 한 연 60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셀 공장은 2024년 파산과 함께 백지화됐다. 벨기에 업체 유미코아도 온타리오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무기한 중단했다.

업계에선 전기차 캐즘과 함께 포드,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의 실적 부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포드는 최근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주력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 생산라인을 멈췄고, GM도 전기차 중심의 얼티엄 플랫폼 전환 계획을 늦추는 대신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소형 배터리 등으로 갈아탄 한국 배터리 기업과 달리 전기차에만 베팅한 업체는 큰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의 잇따른 사업 지연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상당 기간 캐나다의 유일한 ESS용 배터리셀 생산 기업 타이틀을 유지할 전망이다.

미국·캐나다 간 관세 불확실성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동안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 16일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100%에서 6%로 낮추기로 한 것도 양국의 힘겨루기 사례로 거론된다. 중국산 전기차가 캐나다에 저렴한 가격에 들어오면, 미국은 캐나다를 통한 우회 수입을 막기 위해 원산지 추적을 강화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온타리오=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