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플랫폼 종사자의 법적 권리를 근로기준법상 일반 근로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근로자 추정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퇴직급여법 등 5개 노동관계법에 “타인의 사업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특수고용직 근로자가 퇴직금, 부당해고 등의 민사 소송을 제기하면 근로자성 존재 여부의 입증 책임을 사업주가 전적으로 진다. 현재 법적으로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배달 라이더, 캐디,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등이 스스로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하는 것과는 정반대 구조로 노동시장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와 함께 법에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공정 계약, 적정 보수 등에서 근로자에 준하는 권리를 보장하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도 추진한다고 한다. 870만 명 규모로 추산되는 사각지대의 다양한 비정규 근로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라지만 엄청난 파장을 부를 게 자명한 정책이다.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사업주는 이제 일을 맡기기 전에 민사 소송부터 우려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권리 밖 노동자 보호’는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다. 그럴수록 당위론적 접근이 아니라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과 후폭풍까지 충분히 고려하는 게 정도다. 고용노동부 장관 자신도 근로자 추정제와 관련해 “한국 입법과 유사한 수준의 해외 선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5월 1일 노동절까지 입법하겠다”는 방침부터 내놓은 것은 자칫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노동계 표를 의식한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AI) 도입이 가속하면서 일하는 방식과 일자리 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공개해 크게 주목받았다. 관절을 360도 회전하며 사람 이상으로 잘 움직이는 아틀라스가 제조 시설에 투입돼 24시간 365일 일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모두가 직감했다.
증권가는 2년 뒤 양산 시점의 아틀라스 가격을 대당 2억원(13만~14만달러)으로 보고 있다. 근로자 인건비 2년 치면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이다. 휴머노이드와의 일자리 경쟁이 눈앞에 닥쳤다는 얘기다. 자율주행차와 택배 로봇 등은 물론 회계·법률·의료 AI까지 전방위로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중대재해처벌법 등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 시행된 노동 규제가 어떤 폐해를 낳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이 같은 노동 과보호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인력 고용을 더욱 꺼리게 만들고 휴머노이드 도입만 서두르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