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는 기업 경영과 관련된 형사 규범 가운데 가장 논쟁적인 제도 중 하나다. 현행 형법상 배임죄는 ‘임무 위배’와 ‘재산상 손해’라는 포괄적 개념을 구성 요건으로 삼아 기업 경영 전반이 사후적으로 형사적 평가 대상이 될 여지를 남긴다. 이런 규정 구조는 경영 판단의 예측 가능성을 낮추고, 책임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문제 제기의 대상이 돼 왔다.
특히 배임죄는 행위 당시의 판단 과정과 맥락보다 사후적으로 발생한 결과에 주목하는 방식으로 적용되는 경향이 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합리적으로 이뤄진 의사결정이라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하면 형사 책임 문제로 전환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경영상 판단 그 자체가 형사적 심사 대상이 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법적 불확실성은 기업 경영진이 불가피한 위험을 수반하는 결정을 회피하도록 할 수 있다. 신사업 진출, 기술 투자, 사업 구조 재편 같은 경영 판단은 본질적으로 실패 가능성을 전제로 하지만, 그 실패가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은 경영 자율성과 기업의 역동성을 위축시킨다. 이는 개별 기업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전반의 혁신 역량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국제적으로는 이런 문제를 제도적으로 조정해 온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영미법계 국가들은 추상적 구성 요건의 일반적 배임죄보다 횡령, 사기, 자산 유용 같은 구체적 범죄 유형을 중심으로 형사책임을 묻는다. 이사의 신인 의무 위반이나 경영 판단의 타당성은 주로 민사상 책임이나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다뤄지며, 형사 처벌은 예외적 영역에 머문다. 이는 경영 판단과 범죄 행위를 제도적으로 구별하려는 선택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배임죄는 폐지를 포함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 출발점으로 현재 판례를 통해 제한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경영 판단 원칙을 성문화해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 위법성 단계에서 명확히 조각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판례가 축적해 온 바와 같이 경영자가 이해 상충 없이 충분한 정보를 수집·검토하고 합리적인 판단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했다면 그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형사책임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기준이 수사 단계에서부터 실질적인 방어 기준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는 경영진에 대한 면책이나 특혜를 의미하지 않는다. 고의적 사익 편취와 자산 유용 같은 행위는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다만 합리적 경영 판단과 범죄 행위를 명확히 구별함으로써 형벌이 최후의 수단으로 기능하도록 책임 체계를 정비하자는 것이다.
기업 경영진만의 이해관계로 환원할 사안도 아니다. 경영 판단에 대한 과도한 형사적 불확실성은 투자 위축과 의사결정 지연으로 이어진다. 이는 결국 고용, 기술 혁신 등 자본시장 활력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위험 회피는 단기적으로는 안정처럼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과 산업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이다. 배임죄를 둘러싼 제도 논의는 시장의 예측 가능성과 경제 시스템의 신뢰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다.
기업 경영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과 위험을 전제로 한다. 법 제도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때 경영은 위축되고 혁신은 지연된다. 경영 판단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책임을 묻는 균형 잡힌 제도 설계야말로 기업과 시장 모두에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는 길이다. 경영 판단의 실패를 형사책임으로 포섭하는 제도 아래에서는 기업의 혁신이 성장할 제도적 토양을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