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현의 시각] 근로자 추정제가 가져올 미래

입력 2026-01-20 17:45
수정 2026-01-21 00:18
정부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에 이어 이른바 ‘일법 패키지’ 입법을 공언하고 나섰다. 일법 패키지는 크게 두 가지다.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플랫폼 노무제공자나 프리랜서 등 모든 ‘일하는 사람’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추정하는 ‘근로자 추정제’와 그럼에도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을 별도로 보호하겠다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일터기본법)이다. 두 법 모두 오는 5월 1일 노동절에 맞춰 입법한다는 로드맵도 내놨다. 노동법 사각지대 보호 좋지만정부가 관련 입법을 서두르는 이유는 급변하는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플랫폼 종사자 등 기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임금 노동자 870만 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여러 규제와 의무가 뒤따르는 근로계약 대신 용역·위탁 형식으로 이른바 ‘가짜 3.3’ 프리랜서 계약을 맺어 법적 보호 사각지대를 만드는 오분류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노란봉투법과 함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겠다는 그림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는 건 숱하게 겪어온 경험칙이다. 더군다나 그 선명한 의도만을 앞세워 속도전을 폈을 때 되돌리기 어려운 풍선효과는 자명하다. 선한 의도가 실제 작동하기 위해선 예상되는 부작용과 기대효과를 면밀히 살피고, 명확한 입법과 정교한 행정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근로자 추정제는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즉 노무제공자를 일단 근로자로 보고, 이를 부정하려면 노무수령자(사용자)가 반증해야 하는 제도다. 반증에 실패하면 해당 노무제공자는 4대보험, 주 52시간제, 퇴직금 등 근로자로서의 모든 권리를 갖게 된다. 뒤집어 보면 해당 사용자는 전면적인 규제와 의무를 진다는 얘기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근로계약 외에 여타의 유연한 계약은 최소화해 위험을 회피할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이른바 ‘보호의 역설’을 방지하려면 인력 운영 유연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도 병행돼야 한다.

근로자 추정제가 노란봉투법과 만나면, 혹은 일터기본법과 결합하면 폭발적인 후폭풍도 예상된다. 일터기본법이 선언적 수준이라는 점에서 상당수 노무제공자는 근로자 추정제를 통해 근로자로 인정받는 길을 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근로자 추정제는 직접 계약 관계가 전제라는 명시가 없으면 하청업체 직원이 집단적으로 원청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부작용 줄일 방안도 병행돼야불편한 진실도 있다. 통상 근로자성 분쟁은 계약 기간 중이 아니라 계약이 종료되고 더 이상 서로 볼 일이 없을 때 “난 근로자였다”라고 주장하며 퇴직금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 당시에는 서로 짬짜미로 노무제공자는 3.3% 사업소득세만 내고 사용자는 4대보험 의무 등을 피했지만, 이후 분쟁이 생겨 근로자로 인정되면 사용자는 그간 하지 않았던 노동법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렇다면 근로자는 어떨까. 프리랜서가 뒤늦게 근로자로 인정됐다면 그동안 적게 냈던 세금에 대한 정산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과세행정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사각지대 보호도 좋지만 상식과 정의도 고려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