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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톤, KKR과 함께 세계 3대 대체투자 운용사로 꼽히는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짐 젤터 사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은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해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지만 AI 투자가 장기 성장 국면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과 관련해선 “강력한 성장동력을 갖춘 글로벌 금융 허브”라고 평가했다. 아폴로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다. 사모펀드, 실물자산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부동산, 인프라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한다. 젤터 사장은 자산운용업계에서 40년 이상 몸담은 베테랑이다. 지난 17일 젤터 사장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좋다.
“이번 경기 사이클은 확신에 찬 전망이 왜 자주 빗나가는지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미국 경제는 (과거에도) 예상보다 훨씬 강한 회복력을 보여왔다.”
▷미 장기금리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미 국채 금리가 고점 대비로는 크게 하락했는데.
“국채 금리 하락의 일부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시장 신뢰를 반영한다. 하지만 미 연방정부의 대규모 재정 차입, 지속되는 국채 공급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국채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투자에 주는 시사점은 뭔가.
“(높은 장기금리는) 자본 비용을 높인다. 투자자는 기업의 재무제표 건전성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된다. 투자에서도 단기적인 미 중앙은행(Fed)의 정책보다 장단기 국채 움직임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 경제에서 과소평가된 위험은.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끝났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현재 인플레이션 압력의 상당 부분은 재정 정책, 인구 구조, 대규모 설비투자 사이클과 연관된 수요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다.”
▷다른 분야에서 투자자가 간과하는 것은 없는가.
“디지털 인프라, 제조업, 에너지 등 실물 경제 투자를 위해 필요한 자본이 얼마나 막대할지에 대해 투자자가 여전히 과소평가하고 있다. 다만 이런 투자는 규율 있는 크레디트(신용) 제공자에게는 매력적인 기회다.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높고 펀더멘털이 고르지 않은 시기는 차별화된 언더라이팅(대출·투자심사)과 장기 자본 투자를 위한 최적의 환경이다.”
▷어떤 기준으로 투자해야 하는가.
“상황별로 결과가 크게 갈릴 수 있다는 걸 전제해야 한다. 경제 성장률보다 자산별·기업별 성과, 투자 기간, 엄격한 언더라이팅이 훨씬 더 큰 의미를 지닌다. 투자처 선별력과 재무 건전성, 금리 민감도 관리가 훨씬 중요해졌다.”
▷AI 거품 우려가 크다.
“AI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관련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앞서가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AI 기업에 대한 맹목적 투자보다) 현금 흐름과 투자자본수익률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주의 깊게 보는 부분은.
“AI와 관련된 전력·인프라·설비 같은 장기 자산에 대한 투자가 (일시적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지다. 만약 그렇다면 AI 투자는 단기 유행이 아니라 장기 성장 국면에 들어간 것이다.”
▷자본이 공모시장에서 사모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 흐름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공모 시장의 유동성은 (주가 변동 폭이 클 때)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와 투자자도 공모·사모 신용 전반에 걸쳐 일관된 기준으로 리스크를 평가하고 있다. (투자와 자본 조달에서) 포트폴리오 구성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사모신용이 성장한 이유는 무엇인가.
“은행은 단기 유동성 공급과 자본시장 거래에서 여전히 핵심 파트너다. 반면 사모 대출기관은 구조와 확실성이 중요한 맞춤형 장기 자금 제공에 강점이 있다. 자금 조달이 업계의 핵심 경쟁력이 되면서 아폴로는 지난 10여 년간 약 120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를 통해 항공, 자동차 리스, 중견기업 금융 등 16개 분야에서 전문 대출 플랫폼(자회사)을 구축했다.”
▷사모시장에서 부실 위험이 크다는 경고도 많다.
“지금은 (코로나19 이후 조성된) 비정상적인 수준의 저금리 환경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다. 부실률, 채무불이행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현재 문제가 생긴 일부 사모신용은 경제 전반보다 언더라이팅이 취약한 일부 사례에 집중돼 있다.”
▷장기 투자 관점에서 한국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우리는 한국을 강력한 성장동력을 갖춘 글로벌 금융 허브로 보고 있다. 고도로 정교한 기관투자가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많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성장과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환사채, 우선주 투자 같은) 부채와 자본을 연결하는 파트너십 기반 자본’에 열려 있다. 한국 시장에 상당한 기회가 존재한다고 본다.”
▷한국 기업과 투자자에게 조언한다면.
“고금리 환경에선 기업이 자금 조달과 재무제표 관리 방식을 재고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의 경우 금리 및 환율 변동에 따라 투자 결정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달러 현금 흐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자 등 현금을 얻을 수 있는) 투자 전략이 각광받는 분위기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