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강남 사는데…압구정·도곡동 집값 비교해 보니 '깜짝'

입력 2026-01-20 16:50
수정 2026-01-21 00:28
‘449만원 vs 6165만원.’ 2000년 449만원이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도곡동의 아파트 3.3㎡당 가격 차이가 지난해 6165만원으로 불어났다. 과거 비슷했던 집값이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으로 벌어진 셈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값 차이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자치구뿐 아니라 같은 구 안에서도 동에 따라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똘똘한 한 채’ 선호 속에 부동산 시장의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압구정 3.3㎡당 1.4억원20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압구정동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1억4068만원을 기록했다. 서울 전체 자치구 중 가장 높다. 강남구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도곡동(7903만원), 청담동(8233만원)과 비교해도 두 배 가까이 높다. 강남구 외곽 지역인 자곡동(4446만원), 세곡동(5103만원) 등과 비교하면 세 배가량 비싸다. 압구정동에 이어 3.3㎡당 가격이 높은 곳은 새 아파트가 속속 입주한 개포동(1억217만원)이었다.

동별로 격차가 처음부터 컸던 것은 아니다. 2000년 기준으로 압구정동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1467만원으로 도곡동(1018만원), 청담동(1049만원) 등과 비교해 40% 정도 높은 데 불과했다. 가장 저렴한 신사동(715만원)과 비교해도 두 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단순 계산하면 전용 84㎡ 아파트를 산다고 했을 때 압구정동은 4억9878만원, 도곡동은 3억4612만원이었다.

서초구도 비슷하다. 2000년 당시 반포동(1354만원)과 서초동(1130만원)의 3.3㎡당 매매가격은 비슷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1억3037만원, 7234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자문위원은 “2000년에는 강남권 어디든 비슷한 예산으로 집을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몇 차례 급등기와 똘똘한 한 채 열풍으로 강남권에서도 아파트값이 천지 차이”라고 설명했다. ◇반포와 미아, 아파트값 일곱 배 격차서울 전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그 격차는 더 뚜렷하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거래를 기준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가장 비싼 곳은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였다. 71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같은 기간 강북구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미아동 송천센트레빌(10억4000만원)보다 일곱 배가량 높다.

3.3㎡당 가격이 1억원을 웃도는 고가 거래가 이뤄진 곳도 서초구, 강남구, 성동구, 용산구, 영등포구, 송파구, 동작구 등으로 7곳에 달했다. 강북구, 도봉구, 금천구, 중랑구, 노원구 등은 같은 기간 가장 비싼 아파트(전용 84㎡ 기준) 가격이 10억원대 초반으로 3.3㎡당 30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교통, 학군, 문화, 상업 등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서 한 채를 마련하려는 경향이 이른바 ‘초양극화’를 불러오고 있다고 본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강남 3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양천구 등 서울 핵심권과 경기 성남 분당, 과천 등 준서울 인기 주거지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대출, 심리, 세금 등 변수에도 ‘단 한 채만 보유한다면 어디를 택할지’에 대한 대답이 비슷한 상황이라 상급지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향후 똘똘한 한 채 현상이 강화될 것이란 의견과 갭(가격 차) 메우기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견해가 엇갈린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일반적으로 새 아파트 가격이 먼저 상승한 뒤 재건축과 기존 주택이 뒤따르는데 지금은 재건축이 오르고 기존 주택으로 온기가 퍼지는 모습”이라며 “향후 양도소득세 중과와 보유세(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이 현실화하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아파트에 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