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그린란드 삼키려는 트럼프…역대급 판 벌린다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6-01-20 16:05
수정 2026-01-20 16:56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9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한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WEF)에 백악관 각료들과 함께 참석해 미국의 패권적 지위와 ‘힘을 통한 평화’ 메시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린란드 문제로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 본격화한 가운데 자신들의 주장을 전달할 무대로 유럽 핵심부인 다보스를 선택한 형국이다.

다보스포럼에 따르면 올해 행사에는 130여개국에서 3000여명이 참석한다. 국가 원수 등 정상급 인사만 64명에 달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것은 미국이다.

지난해 취임 직후 화상 연설 형태로 다보스 포럼에 참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역대급 참가단을 꾸렸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USTR) 등 미국 정부 고위 인사들 여러 명과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중동특사,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등이 참석한다. 대표단은 현지에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미국관’을 열어서 1주일간 각국 대표단과 면담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1일 오후 2시30분(한국시간 10시30분)에 다보스 포럼에서 특별 연설하고, 리셉션을 열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과 교류할 예정이다.미국 대표단을 이끌면서 매일 직접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는 베선트 장관은 20일 오후 “메인스트리트(제조업)와 월스트리트(금융가)가 함께 성장하는 ‘평행 번영의 시대’”를 강조하는 내용으로 연설한다. 그는 지난해 미중 관세협상의 파트너였던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회동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행사가 진행되면서 다보스 전체의 주제도 바뀌었다. 빈부격차 완화, 지속가능성, 기후변화, 조세공조 등의 글로벌 이슈는 완전히 사라지고 무역과 인공지능(AI) 등이 핵심 의제로 남았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에 대한 복종이 모든 것을 대체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의도적으로 다보스를 이용하고 있음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미국 행정부 관계자는 악시오스에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경제적 패권을 과시하고 유럽의 부진에 도전하며 경쟁자와 정면으로 맞서는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식축구 경기를 관람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그것(그린란드)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이번 주 다보스 포럼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각국 정상이 참석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모종의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NBC 방송 인터뷰에서 군사옵션 사용 가능성에 대해 "노 코멘트"라고 답했다. 다만 실제로 유럽을 상대로 군사 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협상을 위한 엄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가자지구 평화위원회에 참여하기를 사실상 거부한 것과 관련해 “프랑스산 와인과 샴페인에 2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면서 “그리고 그는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평화위에 오지 않으면 관세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마크롱 대통령이 그린란드 갈등과 관련해 유럽의 ‘무역 바주카포’로 꼽히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를 발동하자는 주장을 펼친 데 대한 불만도 섞인 반응으로 해석된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