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준위 원자력 폐기물의 저장 및 보관 효율을 20% 개선한 저장용기 제조기술이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기술개발에 성공했지만 ‘납품 실적’이라는 시장 진입 장벽 앞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경남 창원시 진해마천주물공단 입주업체인 부국금속은 2021년부터 2024년 말까지 소재부품 기술개발사업을 주관해 결과물을 도출했다. 개발 대상은 구상흑연주철 합금설계기술이며, 적용 부품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용기였다. 총 사업비는 정부출연금 34억5900만원과 민간 부담금 6억원 등 40억6500만원이 투입됐다.
해당 과제의 최종 목표는 저장 효율(인장강도 390MPa 이상, 연신율 14% 이상)을 20% 이상 향상시킨 방사성 폐기물 처분용 구상흑연주철 포장용기 소재 및 제작기술 개발이었다. 소재인 구상흑연주철은 탄소, 실리콘, 망간, 마그네슘 등 특정 원소를 첨가해 흑연 입자를 구상(球狀, 공처럼 둥근 모양)으로 만든 주철로, 강도와 인성, 부식성이 크게 향상된 고기능성 소재를 말한다.
사업을 주관한 부국금속(참여기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세대 산학협력단)은 기존 원통형 스틸 드럼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보관 용기를 직육면체형 주물 용기로 개선한 제품을 개발해 관련 특허(주조방식으로 제작한 사용후 핵연료 저장용기)까지 취득했다.
부국금속이 개발한 제품은 기존의 원형 드럼이 아니라 다각형의 형상을 하고 있다. 저장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재질도 구상흑연주철을 사용해 방사능 차폐율과 충격에 대한 저항성을 높였다. 이 때문에 기존 제품과 비교해 저장 효울은 최종 30%까지 향상시켰으며, 소재의 인장강도는 420MPa, 소재의 연신율은 28%까지 끌어올렸다.
방사성 차폐 성능은 물론 내부식성과 내충격성도 세계적 수준으로 확인됐다. 개발된 저장용기는 부식 속도가 독일 업체(Siempelkamp) 기준보다 절반 이하여서 내부식성을 입증했다. 업체 측은 “이 기준으로 볼 때 개발된 저장용기는 폐기물을 300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포장용기가 냉간압연강재 드럼(200리터)으로 1.2mm 두께의 탄소강 박판으로 제작해 구조적 안전성이 취약하고, 원통형이어서 적재시 죽은 공간이 발생해 저장효율이 떨어지는 점을 모두 개선한 것이다.
특히 박스형으로 제작, 원통형 드럼과 비교해 별도의 그라우트 타설 작업 없이 쌓을 수 있어 경제성 측면에도 우수할 뿐만 아니라 필요시 용기 내부 폐기물을 소각 처리하고 재활용할 수도 있다.
업체 측은 기존 원통형 드럼을 대체할 경우 경제성도 확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의 관리비용은 200L 드럼(약 16만원) 기준 용기당 1511만원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는 실제 비용 구조에서 저장용기 자체 제작비보다 폐기 이후 관리비가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부국금속 측은 “정부 지원으로 개발된 본 저장용기는 죽은 공간(Dead-Space)을 제거해 기존 용기 대비 30% 이상 높은 저장 효율을 확보했다”며 “제작 단가는 기존 용기보다 높지만 저장 효율 향상으로 인해 동일한 폐기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용기 수가 감소함에 따라 관리비 총액 기준으로는 오히려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시장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부국금속은 기술 개발 종료 후 2년차인 2026년 시장 점유율 10%(2027년 3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밀양에 3000평의 공장부지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및 제품 개발에 성공한 이후 수요기업과 수차례 접촉해 관련 기술에 대해 설명했지만 아직까지 납품 실적은 없다. 부국금속 이정복 대표는 “폐기물 저장용기 관리 주체가 이원화되어 있고 제품 선택도 승인과 실적 중심”이라며 “신규 개발품은 기술적·경제적 우수성과 무관하게 실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검토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개선을 요구했다.
1973년 설립한 부국금속은 1990년대 중반 수입에 의존하던 유압주물 제품을 국산화해 중장비용 주물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창원=김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