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운영하는 농산물 유통 시장이 가락(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과 강서(강서 농수산물 도매시장) 두 개죠. 이곳의 구조적 개혁만 수반되면 서울 물가, 못 잡을 것 없습니다."
'세월호 변호사'는 어느덧 3선 의원이 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자 중진 반열에 오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음 행보로 행정가로서의 변신을 택했다. 그는 지난달 11일 광화문광장에서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정치의 시작도, 시장 출마도 배경은 결국은 "사람들을 더 잘 돕기 위해서"라고 했다. 21일 한국경제신문을 만난 박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민들을 위해 성과를 낸 것이 없다는 점이 항상 아쉬웠다"며 "수도 서울의 물가를 잡고, 인공지능(AI)·바이오가 움틀 수 있는 첨단 도시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시민 출자가 바꾸는 서울서울 물가에 '이상 징후'를 포착한 것은 재선 시절이라고 했다. 서울 은평갑을 지역구로 두고 21대 국회에 입성했을 때다. 박 의원은 "가락동을 오가며 유통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고 지역구와 서울시민의 밥상 물가를 안정화하는 방법은 없겠다는 생각이 든 지 벌써 6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오랜 구상 끝에 그가 꺼내든 카드는 '공공 도매법인' 설립이다. 박 의원은 "공공 도매법인이 산지로부터 정당한 가격에 물건을 가져오고 도·소매상에 투명하게 배포하면 상당한 가격 안정이 있을 것"이라며 "설립 과정엔 시민들도 참여하게 해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 도매상들의 반발에 직면할 것이란 지적에 박 의원은 "힘들어도 가야 할 길"이라며 "반대로 소매 상인들의 경우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받을 수 있어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직접 매입해온 농산물은 오프라인에서 '서울 퍼블릭마켓(서울 공공식료품점)', 온라인에서 '서울 AI 온라인 도매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시민들에게 판매될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다만 '공영화'라는 표현은 경계했다. 그는 "공공 도매법인은 민간 법인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며 "시민과 농민들은 도매법인의 출자자가 되어 수익을 공유하고 유통 방식에도 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처럼 시민이 출자자가 되는 구조를 다양한 사업에 적용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대표적인 공약이 '서울투자공사'다. 그는 "서울에는 물가 영역뿐 아니라 사회기반시설(SOC), AI·바이오 산업단지 등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야 할 곳이 많다"며 "재원을 세금으로 하는 게 아니라 시민이 출자자가 되고, 펀드가 구성돼 운영을 맡을 기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투자공사는 일종의 펀드 업무집행사원(GP) 역할을 한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박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국민성장펀드'처럼, 서울투자공사의 역할은 얼마든지 넓어질 수 있다"며 "적어도 1조원 이상의 규모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서울 전역 '바이오 규제 샌드박스'로"
서울의 미래 먹거리도 박 의원 관심사다. 가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는 산업은 바이오다.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바이오 업체들과 교류가 많았던 그는 "서울이야말로 전 세계에서 가장 '바이오 하기 좋은' 도시"라며 "서울 전체를 바이오 '규제 샌드박스'로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밀집된 대형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한 임상 시험 환경은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연구개발(R&D)을 수행하기에 최적지라는 것이다.
기존에 서울시가 추진하던 창동·상계 일대 '바이오 벨트'에 투자를 더 늘리겠다는 게 박 의원의 구상이다. 세제 혜택을 통한 기업 유치부터 상업시설 고밀 개발까지 포함한 대형 프로젝트의 부상이다. 그는 "홍릉·창동·태릉 일대를 묶는 '바이오 트라이앵글' 단지를 구상 중"이라며 "모더나 등 외국계 바이오 업체들이 이미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단지 성패 여부는 산업단지 지정인데 중앙 정부 기관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여당의 서울시장이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는 운전면허 시험장 부지 이전 등과 관련해 경찰청 등 정부 기관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AI 분야에선 '서울 한강 AI 모델'이란 키워드를 꺼내 들었다. 박 의원은 "'뉴욕 엠파이어 AI 컨소시엄'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했다. 뉴욕주는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AI 컴퓨팅 자원을 주 차원에서 마련하고 행정·교육·연구 목적의 AI 서비스 개발을 지원했다. 서울 한강 AI 모델의 핵심 역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인프라 구축과 데이터셋 축적이 기본이다. 박 의원은 "서울 한강 AI 모델의 전초기지는 서울시립대 등 대학과 참여 공공기관들이 될 것"이라며 "인프라를 바탕으로 서울 'AI 민원 서비스', 시민 중심 정책개발 등 행정 AI 혁신부터 서울 내 기업들의 AI 전환 지원 등 폭넓은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사 부지에 '4만호', 현실적 수치"
한편 6·3 지방선거의 핵심 의제로 떠오른 부동산 문제에 대해 박 의원은 "노후 공공청사를 활용하면 된다"며 "이미 문재인 정부 때부터 여러 차례 검토를 마친 현실적 수치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의 노후 공공청사 중 30년이 넘어 재건축이 필요한 것이 200여 개"라며 "용적률을 넓게 주면 매년 이곳에 청년 주택 1만호, 신혼부부 3만 호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인허가는 시장이 직접 속도를 높이고, 청사 이전에 국가 재정이 투입될 수 있도록 법도 개정하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영구 임대주택 단지나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 시설 부지도 개발 대상"이라며 "서울주택도시공사(SH) 보고에 따르면 이곳들 용적률만 높여도 2만호 이상 새로운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보증보험 가입을 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주거복지센터의 법률 상담 기능을 강화해 전세 사기 문제도 대응하겠다고도 말했다. 박 의원은 "전세 사기는 계약 단계에서 면밀히 확인하면 예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서울시는 구마다 주거복지센터가 있는데, 현재 하는 역할이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 급여 관리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의 계약 상담 기능을 AI 행정 혁신과 함께 강화하면 사회 초년생의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서울은 글로벌의 다른 도시와 경쟁에서 뒤처져선 안 되고, 경제·문화의 수도로서 지위를 굳건히 유지해야 한다"며 "각 분야 공약을 통해 이재명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정책을 실제로 실현해내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