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주총 시즌, 주주 소통 위한 체크포인트는

입력 2026-02-02 06:01
수정 2026-02-02 10:45
[한경ESG] 상법개정 이후 기업의 과제는 ?

상법 제382조의3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된 이상 기업은 주요 의사결정을 ‘결론’이 아니라 ‘과정’으로 설명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결과가 합리적이면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 결과에 이르는 절차가 허술하면 리스크가 커진다.

주총 리스크의 중심이 ‘무슨 결정을 했는가’에서 ‘어떻게 결정했는가’로 이동하는 셈이다. 이에 2026년 정기주주총회를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는 항목을 5가지 체크포인트로 정리해본다.

1. 안건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설명 가능해야 한다

주총 안건은 상정 직전이 아니라 설계 단계에서부터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 기준으로 다시 짜야 한다. 정관 변경, 이사·감사(위원) 선임, 보수 승인, 배당 등은 거의 모두 소수주주의 주주 관여 활동 대상이 된다.

특히 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이 연계되거나 소수주주 이해에 영향이 큰 안건은 위험 기반(risk-based)으로 유형화해 강화된 심의·기록·설명 체계를 붙여야 한다.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수준이 아니라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전제로 준비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논리의 완성도다. 안건별로 (1)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 (2) 가능한 대안과 비교, (3) 이해 상충 가능성, (4) 외부 자문을 받을 필요가 있는지 등을 설계 단계에서부터 연결해야 한다.

2. 주주 커뮤니케이션은 IR 이벤트가 아니라 거버넌스 프로세스다

주주 커뮤니케이션은 IR(투자자 관계) 이벤트가 아니라 거버넌스 프로세스로 내재화돼야 한다. 실적 발표, 주주서한, 주총 답변이 서로 다른 부서 언어로 따로 움직이면 시장은 곧바로 ‘정합성 부재’를 리스크로 본다. 법무·IR·재무·인사가 하나의 메시지(one voice)를 공유하고, 주총 질문을 예상한 Q&A까지 사전에 정리해두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최근에는 소액주주 플랫폼, 커뮤니티 기반 주주 연대가 빠르게 결집하면서 기업의 메시지 확산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한번 나간 메시지는 기록으로 남고, 맥락이 잘려 재유통될 위험도 크다. 그래서 ‘주총 당일 답변을 잘하자’는 목표로는 부족하다. 주총 전부터 주주와의 대화가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 회사가 어떤 약속을 할 수 있고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지 미리 정리해두어야 한다.



3. 문서화는 ‘기록’이 아니라 ‘방어 가능한 판단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문서화의 목적은 단순히 기록이 아니라 방어 가능한 판단 구조로 상향돼야 한다. 이사회 자료에는 주주 영향, 이해 상충 가능성, 대안 비교, 외부 자문 여부 및 결과가 연결돼야 하고, 의사록에는 토론 쟁점·이견·판단 근거가 남아야 한다.

“총주주의 이익과 주주 간 형평성 관점에서 검토했다”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을 비교했고, 왜 그 대안을 택했는지까지 남기는 것이 핵심이다. 다시 말해 ‘판단 경로’를 추적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이 쌓이면 단순히 방어만 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 내부 의사결정의 품질이 좋아지고, 대외 설명도 훨씬 쉬워진다. 상법개정 이후 주주가 묻는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그 결정은 누구를 위해, 어떤 근거로, 어떤 대안과 비교해서 나온 것이냐’는 질문이다. 여기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4. 2026년 주총 최대 변수: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대비

주총 준비에서 특히 주목할 변수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3차 상법개정) 대비다. 개정안은 자기주식을 취득하면 원칙적으로 1년 내 소각하고, 예외적으로 보유·처분이 필요한 경우에도 주총 승인을 받은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자기주식이 재무전략 옵션에서 주총 승인 대상의 거버넌스 의제로 바뀌는 것이다.

실무상의 쟁점은 다양하다. 계획서의 구체성(목적·규모·기간·처분 시기), 이미 승인받은 임직원 보상(RSU, 스톡옵션) 재승인 여부, M&A 거래(합병·주식 교환 등)와 연결될 때 발생하는 미공개정보 리스크 등이다. 나아가, 상법의 ‘소각 원칙’과 자본시장법령상 처분 특례의 정합성 문제도 남아 있다.

기업은 최소한 (1) 보유 현황과 취득 경위를 정리하고, (2) 소각 로드맵을 기본으로 제시하되, (3) 예외가 불가피한 경우 목적과 범위를 설명 가능한 수준으로 구조화해야 한다. 결국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거나 처분하기 위해서는 왜·언제·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주주가 납득할 언어로 준비해야 한다.

주주 관점에서 자사주는 ‘회사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가’를 의심하게 만드는 소재가 되기 쉽고, 반대로 명확한 로드맵과 기준이 있으면 ‘주주가치 제고 의지’로 읽히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올해 주총에서 자사주는 재무 이슈가 아니라 거버넌스 이슈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5. 상장협 ‘정기주총 핵심 점검 사항’은 실무 체크리스트로 유용하다

최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가 제시한 ‘정기주총 핵심 점검 사항’도 실무적으로 유용하다. 상장협의 자료는 주총 준비를 ▲일정 ▲점검 포인트 ▲주요 의안별 유의사항 ▲공시 일정 ▲관련 법무부 유권해석으로 안내하고 있다. 요약하면 다음 3가지다.

① 정관 정비: ‘독립이사’ 명칭 변경, 감사위원 선임 관련 규정 등 개정상법 반영 여부를 점검한다.
② 의안별 리스크 관리: 재무제표 승인·배당, 정관 변경, 이사·감사위원 선임, 임원보수 한도 승인 등 주요 안건별로 사전 준비 사항과 주주 질문 포인트를 정리한다.
③ 공시·보고 일정 관리: 주총 소집 공고·참고 서류,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주총 결과 공시 등을 역산해 관리한다.

상장협 체크리스트는 ‘절차 리스크’를 낮추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여기에 상법개정 환경에서 필요한 것은 한 걸음 더 나아간 준비다. 즉 절차를 맞추는 데 그치지 않고, 주주가 납득할 수 있도록 안건의 논리와 근거를 충분히 정리해놓는 것이다.



결국 주총의 결과는 주총 당일이 아니라 그 이전에 갈린다. 변화는 부담이지만, 절차와 설명 체계를 선제적으로 갖춘 기업에는 주주 신뢰가 쌓이고 시장 평가가 달라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상법개정 이후 기업이 준비해야 할 핵심은 하나다. 좋은 의사결정이 아닌, 좋은 의사결정이 나올 수 있는 절차를 만드는 것이다.

문성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