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 12~15일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최대 투자 행사인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2026)’가 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일라이릴리, 존슨앤드존슨(J&J),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리더와 함께 메인 트랙 발표 기업 25곳에 수년째 포함된 것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알테오젠 디앤디파마텍 등 국내 기업 일부가 아시아태평양(APAC) 트랙에 초대 받았고, 휴젤 클래시스 등 국내 뷰티 의료기기 기업들도 패널 세션에서 활약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글로벌 업계의 관심이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는 현실도 분명히 확인됐다. 메인 트랙에 ‘글로벌 시너지: 중국 바이오텍과 세계(Global Synergy: China Biotech and the World)’라는 별도 세션이 마련된 게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APAC 트랙 발표 32개 기업 중 절반 이상인 18개 기업이 중국 바이오 기업이었다. 콘퍼런스 첫날 글로벌 빅파마와 기술이전 계약을 가장 먼저 발표한 기업 역시 중국 바이오 기업이었다.
중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에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기술이전 거래 금액 비중은 44.5%에 달할 정도로 연구개발(R&D) 경쟁력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고급 과학기술 인재들의 적극적인 바이오 창업, 정부의 강력한 연구개발(R&D) 투자·규제 지원, 신속한 임상 개발, 개선된 지적재산권 보호 체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 등 글로벌 규제 기관과의 신뢰 구축이 이런 성장을 뒷받침한다.
글로벌 빅파마들의 투자 여력이 회복되고 특허 만료로 인한 ‘특허절벽’ 탓에 혁신 신약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중국과 정면 승부하려면 산업계 전체가 역량을 결집해 K-바이오의 저력을 보여줘야 한다.
바이오 기업 성장의 핵심은 벤처캐피털(VC)의 원활한 자금 공급이다. 신약 개발 기간과 비용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면 VC의 투자 회수기간과 수익률이 개선돼 보다 활발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은 인공지능(AI) 기반 후보물질 발굴 등 혁신 기술을 활용해 R&D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제도적 개선을 통해 임상 및 비임상 단계의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정부는 이미 허가·심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조직을 확충하는 등 의미 있는 노력에 나섰다. 여기에 연구시약·기자재 통관 절차 혁신, 지역별 공동 물류창고 구축 등 연구 인프라 개선이 더해진다면 개발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이다. 정부와 민간이 긴밀히 협력해 이런 병목을 해결해 나갈 때 비로소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국내 규제환경 정비, 기술 패권 경쟁 심화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K-바이오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글로벌 바이오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이 중요한 시기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