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없어 위험?" 오해…"인체조직, 의약품보다 더 깐깐히 관리"

입력 2026-01-20 16:16
수정 2026-01-20 16:17

‘인체조직 기반 재생기술’의 안전성과 효과를 두고 의료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주장하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체조직 관리 체계는 의약품과 의료기기보다 훨씬 더 체계적이고 촘촘하다”고 주장했다. 사람에게서 유래한 재료를 다시 사람에게 사용하기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임상 없지만 안전성 관리 ‘엄격’20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인체조직 취급 기관을 대상으로 정기 실사와 수시 점검을 매년 시행하고 있다. 여러 의료기기 제조기업이 2~3년 주기로 정기 실사를 받는 것에 비해 상당히 많은 빈도다. 항목이 많은 것은 물론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인체조직 취급 기관에 대한 점검 항목은 △기증자 적격성 평가 기록 △감염병 검사 항목 및 결과 △조직 채취·가공 공정 검증 △무균성 관리와 환경 모니터링 △보관·운송 조건 △문서·기록 관리 △사용 후 관리 등이다. 실제 운영 기록과 공정 재현성까지 전수 확인하는 구조다.

인체조직 기반 피부 복원·치료제 ‘리투오’를 만드는 엘앤씨바이오 관계자는 “인체조직 취급의 안전성은 운영 시스템이 엄격하고 일관되게 움직이는지에 달려 있다”며 “엘앤씨바이오는 이 시스템이 단 한 단계의 누락도 없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움직인다”고 했다. 이 회사는 피부 탄력, 밀도, 주름, 피부결을 개선하는 제품 ‘리투오’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체조직은 일반적인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와 동일한 임상시험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규제 공백’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는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생긴 오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체조직은 합성물이나 동물의 성분처럼 ‘새 기전을 만들어내는 물질’이 아니다. 이미 인체 안에서 기능하던 구조를 본래 목적으로 다시 사용하는 재료다. 가공 과정 중 본래 기능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을 시스템으로 입증하면 승인 받아 판매할 수 있다. 임상시험을 거쳐 효과를 증명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은 물론 유럽 등에서도 같은 규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의약품·의료기기 규제는 성능 시험을 중심으로 설계됐지만 인체조직 취급은 이런 분야와 접근 철학 자체가 다르다”며 “임상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임상이 필요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인체조직 활용 제품은 임상 대신 공정 밸리데이션(정해진 기준에 맞는 결과가 일관되게 나오는 지 확인하는 것) 절차를 거친다. 리투오도 이런 과정을 거쳐 출시됐다. 박성수 봉봉성형외과 대표원장은 “인체조직을 오랜 기간 써본 의사라면 이 분야가 의료기기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관리된다는 걸 체감한다”며 “임상시험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전성 공백을 의심하는 건 현장을 잘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L&C “국내 산업 성장 이끌겠다”인체조직 산업이 가장 발전한 미국에서는 관련 시장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노바원어드바이저에 따르면 미국 내 인체조직 시장 규모는 지난해 220억8000만달러에서 2034년 69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연평균 증가율은 13.5%에 달한다.

미국에서 인체조직 활용 의료는 수십년에 걸쳐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 받았다. 처음 활용되기 시작한 건 1950~1960년대다. 화상 치료와 전쟁 외상 재건을 위해 피부, 뼈, 힘줄, 연골 등 인체조직을 이식한 게 계기였다. 이후 조직은행 체계가 정립되며 감염관리, 가공, 보관, 추적 기준이 발전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체 세포, 조직 및 세포·조직 기반 제품 규제 프레임워크(HCT/Ps 체계)’와 ‘미국조직은행연합회 표준’을 중심으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미국조직은행연합회 표준은 조직은행의 채취·가공·보관·분배 시스템이 국제 기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지표다. 엘앤씨바이오 관계자는 “인체조직 영역에서는 ‘무엇을 썼느냐’보다 ‘어떤 시스템 안에서 관리됐느냐’가 안전을 좌우한다”며 “인체조직 산업은 ‘기증’이라는 사회적 신뢰가 전제인 만큼 규제 당국이 이미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식약처의 정기 실사와 관리 체계 역시 충분히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라고 덧붙였다.

이런 까닭에 최근 일고 있는 인체조직 안전성 논쟁의 본질은 “규제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이미 가장 엄격한 규제를 받는 영역을 어떻게 정확히 이해하고 설명할 것인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엘앤씨바이오의 인체조직 활용 기술에 대해서도 “치료·재건·복원을 포괄하는 미래지향적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주희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사람 피부를 복원하는 데 가장 합리적인 재료는 결국 사람 피부의 구조를 그대로 가진 조직”이라며 “인체조직 기반 제품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피부 재생과 복원의 표준적 접근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환철 엘앤씨바이오 대표는 “인체조직 활용 분야는 식약처의 엄격한 관리·감독 아래 보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정부의 관리·감독에 적극 협조하면서 우리나라가 인체조직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