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폐섬유증·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조절 T세포 활용…비만 해법도 찾을 것"

입력 2026-01-20 16:17
수정 2026-01-20 16:18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의 주인공은 면역계 균형을 맞추는 ‘조절 T세포(Treg)’였다. 굳티셀은 국내 기업 중 조절 T세포 치료제 분야에선 가장 앞선 기업이란 평가를 받는다. 조절 T세포에만 발현되는 특이 표면 단백질을 활용해 자가면역질환, 알츠하이머병, 폐섬유증 등의 신약 개발에 나서면서다.

이상규 굳티셀 대표(사진)는 20일 “바이오벤처 정신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하는 회사”라며 “세계 최초 신약(퍼스트 인 클래스)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 대표는 연세대 생명공학과에서 T세포 연구에 집중해온 국내 1세대 연구자다. 조절 T세포 특이 단백질을 찾아 사업성을 확인한 뒤 2016년 굳티셀을 창업했다. 이 대표가 조절 T세포 연구에 집중한 것은 2005년께부터다. 면역 균형을 맞춰주는 조절 T세포가 추후 면역분야 핵심 세포로 부상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전까지 인체 면역세포는 외부에서 몸속으로 들어온 병원균 등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 염증 기전이다. 조절 T세포는 염증을 억제한다. 조절 T세포를 활용한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세포 특이적인 표적을 찾아야 한다. 특이 단백질이다. 이 대표는 2010년께 조절 T세포 특이 표면 단백질인 ‘TREG L1’을 발견했다. 이를 활용하면 조절 T세포와 다른 세포를 구분할 수 있는 데다 기존 조절 T세포 표면 단백질과는 다른 기전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세계 최초 신약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굳티셀이 보유한 표면 단백질을 활용하면 항체는 물론 저분자화합물 등 다양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플랫폼’ 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굳티셀은 폐와 간 섬유화에 대한 면역학적 핵심인자 등 4개의 퍼스트 인 클래스 질환 타깃 단백질을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가 찾은 4개의 조절 T세포 표면 단백질 중 하나는 자가면역질환에 활용도가 높은 물질이다. 나머지는 각각 섬유화와 비만, 고형암 치료 등에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먹는 비만·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TregL1에 대한 저분자화합물 신약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엔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유효·선도물질 단계 연구과제에 굳티셀의 폐섬유증 치료 신약 후보물질이 선정됐다. 염증이 생겨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면역계가 과도하게 반응해 TGF-β 등이 활성화되면 섬유화가 일어난다. 폐섬유증 환자 검체를 통해 굳티셀이 보유하던 표면 단백질 ‘GTC-D1’이 많이 발현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항체(anti-GTC-D1 mAb)를 만들어 동물시험 단계에서 높은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희소질환인 폐섬유증을 면역학적 해법으로 접근하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바이오USA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굳티셀의 접근법에 큰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굳티셀이 개발하는 신약 후보물질은 모두 비임상 단계다. 퍼스트 인 클래스 물질로 신약 개발에 나서다 보니 속도를 내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신약 개발 가능성을 확인하는 모든 절차를 굳티셀이 직접 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면역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 많다. 이 대표가 사람 대상 임상 진입 등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배경이다.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한 항암제 후보물질도 마찬가지다. 작용기전(MOA)을 확실히 찾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대표는 “자가세포를 활용해 초희소질환 대상 키메릭항원수용체(CAR)-Treg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며 “연구개발을 성실히 하다보면 결국 빛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