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시간 일하고 33만원 번다…새로운 '고소득 직업' 정체

입력 2026-01-19 17:25
수정 2026-01-19 18:56

경기 용인시 원삼면 일대에는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들어간 뒤 새로운 ‘고소득 직업’이 생겼다. 현장에서 교통상황을 정리하고 차량을 통제하는 ‘모범운전자’들이다. 이들은 하루 8시간 일하고 일당으로 33만원을 받는다. 지역 주민은 “많은 모범운전자가 평생 하던 택시 운전을 멈추고 공사 현장으로 출근한다”고 전했다.

용인시 모범운전자들이 받는 교통정리 일당이 다른 지역보다 두세 배 치솟은 데는 이유가 있다. SK하이닉스가 대상을 ‘용인에 거주하는 2년 이상 무사고 버스·택시·트럭 운전사’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용인 출신 모범운전자만 찾는 건 지역 상생을 위해 1기 팹 건축 때 조성한 4500억원 규모 용인 지원금을 교통정리 인력에도 투입해서다. SK하이닉스는 식당 직원, 경비원 등 인력은 물론 건축자재와 식자재도 용인에서 구하고 있다. 레미콘은 지역 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계약해 대다수 물량을 용인에서 조달한다. 크레인, 지게차 등 관리 장비도 99% 지역 자원을 쓰고 있다.

SK하이닉스 덕분에 용인에 새로 생겨난 직업은 교통정리 모범운전자뿐만이 아니다. 건설을 맡은 SK에코플랜트는 지역민을 위한 세차 시설을 설치했다. 원삼면 주민이 운영하는 이 세차장은 지역 주민에게 무료로 개방된다.

공사 전 서너 곳에 불과하던 식당은 수십 곳으로 늘었다. 사람이 몰리니 시골이던 이곳에 BBQ치킨, CU, GS25, 메가MGC커피 등 프랜차이즈도 생겨났다. 주민 박모씨(60)는 “공사 시작 전 이곳은 논밭이었고, 고령층이 대부분이었다”며 “외지인이 몰려오면서 젊은 층이 가는 카페가 생기는 등 지역 전체가 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공사 현장 주변에선 ‘원룸 대란’이 일상이 됐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 40만~50만원에 형성됐던 원룸 월세는 현재 120만~15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하루평균 1만 명에 달하는 인력이 용인 공사 현장에 출근하면서다.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원삼면 일대 부동산 시세는 3.3㎡당 300만~500만원으로 공사 전보다 10배 넘게 올랐다.

원룸을 구하지 못한 인력은 안성 오산 등 인근 도시에 터를 잡고 출퇴근한다. SK하이닉스 직원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용인시 집값 상승률은 5.11%로 경기 전체 상승률(3.5%)을 뛰어넘었다. SK하이닉스 직원은 “부동산 가격이 올라 현장 근무 직원의 상당수가 이천이나 주변 도시에서 출퇴근한다”고 했다.

용인 클러스터는 지역 인구 증가에도 기여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용인 클러스터를 통해 직접 고용 2만 명, 간접 고용 포함 최대 10만 명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5월 110만 명을 넘어선 용인시 인구는 클러스터 조성이 완료되는 2035년에는 15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용인=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