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성장이 멈춘 경제는 브레이크가 걸린 자전거와 같아 다시 출발하기가 훨씬 어렵다. 한국 경제는 지금 성장의 불씨가 약해진 상태”라며 위기감을 토로했다. 그제 한 방송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최 회장은 “경제 성장은 청년 세대에게 ‘이 나라에서 계속 살아도 되는가’라는 미래의 희망과 직결된다”며 성장이 멈추면 청년의 불만과 이탈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분배 자원 감소와 사회 갈등 확대로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도 위협받는다고 했다. 옳은 지적이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프랑스, 독일 같은 선진국조차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신음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최 회장은 “한국의 성장률은 5년마다 약 1.2%포인트씩 하락해 왔고, 현재 잠재성장률은 1.9% 수준까지 낮아졌다. 실질성장률은 이보다 더 낮은 1% 안팎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잠재성장률보다 실질성장률이 더 낮다는 것은 성장을 앞세운 정책이 실제 성과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며 둘의 괴리가 핵심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모든 정책 패러다임을 ‘성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마침 정부도 올해 2% 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하긴 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최 회장의 호소에 얼마나 귀 기울일지 의문이다. 결국 성장의 주역은 기업인데, 그 기업을 옥죄는 법안을 만들 때는 전광석화처럼 빠르지만 규제를 없애고 개선하는 데는 한없이 느긋한 것만 봐도 그렇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혜택 대신 규제와 의무가 급격히 증가하는 ‘계단식 규제’와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계산 안 되는 리스크’로 작용하는 과도한 경제 형벌부터 풀어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주장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이 되면 각종 혜택이 사라지고 적용받는 규제는 폭증한다. 규모가 커질수록 불리해지는 나라의 기업이 성장 의지를 불태울 이유가 없다. 인공지능 전환(AX)이 기업의 생존 과제라면 기업의 성장 의지를 되살릴 정책으로의 전환은 정부의 시대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