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주한 용역사업에 개정 노동조합법(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적용될 수 있을까?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으면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사용자(이른바 ‘계약외사용자’)가 될 수 있다고 정할 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사용자에서 제외하고 있지 않으므로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이다. 이론적으로 제기되던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안)’(이하 ‘해석지침안’)을 발표하면서, ‘해석지침안의 판단기준을 다른 부처 용역사업에 적용해 보면 어떻게 될까’라는 좀 더 구체적인 의문으로 발전하였다.
가령, 최근 한 중앙부처(‘A부’)에서 공고한 ‘2026년 OO용역 제안요청서’를 해석지침안에 대입하여 분석해 보면, 정부(A부)가 용역 업체 근로자의 ‘실질적 사용자’로 판단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즉, 해석지침안이 제시한 사용자성 판단기준을 체크리스트로 만들고 이에 따라 A부 제안요청서를 검토해 보니, 적어도 반 이상의 항목에서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우선 큰 틀에서 살펴보면, 해석지침안은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 ‘업무의 조직적 편입’, ‘경제적 종속’을 사용자성 판단의 고려요소로 제시하고 있는데, A부의 용역사업은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할 소지가 커 보인다. 가령, 용역업체 담당직원들은 A부에 상주하면서 ‘공무원 복무 관리 규정’에 따른 근무시간’을 준수해야 하고, A부의 판단에 따라 교체(배제)될 수 있으며, 보안규정 위반시에는 제안요청서에서 정한 수위대로 징계처분에 처해진다. 요컨대, A부는 용역제안요청서를 통해 용역 근로자의 근무시간, 인사, 징계수위까지 사실상 통제함으로써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를 하고 있다. 게다가, 제안요청서가 상주인원의 수와 인력구성도 세부적으로 지정하고 있고, 해당 조직은 A부에 사실상 전속된다는 점에서 ‘업무의 조직적 편입’이나’ ‘경제적 종속’이 인정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한편,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안은 ‘노동안전’, ‘작업환경’, ‘복리후생’, ‘근로시간’, ‘작업방식’ 등 의제별로도 상세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기준으로도 A부 용역사업을 살펴볼 수 있다.
‘근로시간’과 ‘작업방식’ 면에서는 상당한 통제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것처럼 용역 인력은 ‘공무원 복무 관리 규정’에 따른 근무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해석지침안에 따르면 원청이 하청업체에 업무시간을 지정하여 요구하는 것은 도급 관계에서 일반적인 지시권의 행사로 볼 수 있으나, 하청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경우는 사용자성의 인정 근거가 된다. 용역근로자에게 공무원 복무 관리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개별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직접 정하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그밖에도 A부 제안요청서는 용역업체의 전산시스템 사용, 작업장소, 사무실 보안관리, 조직구성, 주간보고 등에 관하여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는 점에서 ‘작업방식’에 대한 구조적 통제도 인정될 소지가 높다.
‘노동안전’, ‘작업환경’, ‘복리후생’에 대해서는 제안요청서만으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다만, 위 용역사업은 관련 인원이 A부에 상주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고 A부의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A부의 건물과 시설을 사용할 것이 전제되어 있으므로 용역업체가 ‘노동안전’, ‘작업환경’, ‘복리후생(시설)’에 대하여 독자적인 권한을 가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용노동부의 해석지침안도 “시절·장비·장소에 대한 소유권” 등을 통해 영향력이나 통제력을 행사하는 경우를 ‘지배·결정’의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와 같이 제안요청서 하나만으로도 적지 않은 면에서 실질적 지배력의 요소를 찾을 수 있었는데, 만약 제안요청서 외에 실제 업무 수행 상황이나 다른 자료들을 살펴본다면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도 노란봉투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면, 정부(A부)가 용역업체 근로자의 ‘계약외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용역업체 노조는 공무원노조가 아니므로 단체교섭의 상대방이나 절차가 다소 불확실한 점은 있으나, 다른 한편 공무원노조가 아니므로 파업 등 직접적인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면도 있다.
과연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만약, 정부가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된다면 용역업체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은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는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위해 다른 사람을 채용하거나 다른 업체에 도급을 주는 것만으로도 형사처벌 될 수 있다(노동조합법 제91조, 제43조 제1항ㆍ제2항). 대법원은 하청 근로자들이 그 '삶의 터전'인 원청 사업장을 일부 점거하더라도, 원청은 사회통념상 이를 용인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15도1927 판결). 이러한 법령과 판례에 따르면, 장관이 단체교섭을 게을리하였다는 이유로 고소될 수 있고, 용역 노조의 파업으로 대한민국 정부의 업무가 중단되더라도 다른 용역업체를 구해서 업무를 재개해서는 안 되며, 노동조합이 정부 청사 로비를 점거하더라도 이를 용인하여야 한다.
노란봉투법의 다른 여러 쟁점들처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적용 문제는 여전히 불명확한 부분들이 있고, 어쩌면 정부에서는 정부용역계약에는 노란봉투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은 명시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하고 있지 않으므로, 정부에만 노란봉투법을 적용하지 않아야 하는 실질적, 형식적 근거가 있다면 이를 충분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업들이 노란봉투법 이행의 현실적 어려움을 수없이 호소할 때 법의 취지와 원칙을 강조해 온 정부에서 정작 자신이 '진짜 사장'이 되었을 때는 뚜렷한 이유 없이 책임을 회피한다면 법 자체가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
구자형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