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스 노트] 슬기로운 ETF 투자법

입력 2026-02-02 06:00
수정 2026-02-02 09:37
[에디터스 노트]

상장지수펀드(ETF)의 창시자 네이선 모스트는 원래 주식 전문가가 아닌 원자재 중개인 출신입니다. 70세가 넘은 나이에 아메리칸 증권거래소(AMEX)에서 신상품 개발 임원을 맡았습니다. 그는 1980년대 후반,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으면서도 지수(index) 전체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고민하다가 ‘창고 증권’의 원리를 금융에 접목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냅니다. 창고에 물건을 맡기고 받은 증서가 시장에서 유통되듯, 주식을 바구니(바스킷)에 담아 수탁기관에 맡기고 그 증서를 거래소에서 사고팔게 하자는 것입니다.

모스트는 이 아이디어를 들고 먼저 인덱스 펀드의 대부인 뱅가드그룹의 존 보글을 찾아가 ETF를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존 보글은 단칼에 거절합니다. 하루종일 사고파는 ETF가 장기 투자자에게 해롭다고 비판합니다. 모스트는 실망하지 않고 스테이트 스트리트와 손잡고 1993년 1월 22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을 기초지수로 한 세계 최초의 ETF SPDR S&P500(SPY)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데 결국 성공합니다. 남들은 은퇴하고도 한참 지났을 나이에 금융 역사를 바꾼 혁신을 완성한 것입니다.

ETF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사람이 래리 핑크입니다. 블랙록은 원래 채권과 리스크 관리에 특화된 회사였지 ETF의 강자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자금난에 빠진 바클레이스로부터 ETF 브랜드인 ‘아이셰어즈(iShares)’를 135억 달러에 인수합니다. 래리 핑크는 당시 듣보잡에 가까웠던 ETF를 블랙록이라는 거대 자산운용사의 공신력과 결합해 메인스트림 투자 상품으로 격상시킵니다. 이 인수를 기점으로 블랙록은 단숨에 세계 최대의 ETF 운용사로 등극합니다. 현재 블랙록의 ETF 운용자산은 약 5.5조 달러(약 8000조 원)로 세계 ETF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ETF는 국내에서도 대성공을 거둡니다. 지난 1월 초 국내 ETF의 운용자산이 300조 원을 돌파하며 전 국민의 재테크 필수템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ETF의 급성장에는 그늘도 있습니다.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ETF 매도세가 몰리면 ‘바구니’에 담긴 모든 종목이 함께 팔려나가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킵니다. ETF 자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블랙록 같은 거대 운용사들이 전 세계 주요 기업의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특정 소수 운용사가 전 세계 기업 경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본의 독과점’ 논란이 나옵니다. 또한 대부분의 ETF가 시가총액이 큰 종목에 더 많은 돈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보니 대형주 쏠림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ETF의 성장과 혁신은 오늘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21세기 가장 성공한 금융 상품으로 불리는 ETF의 현명한 활용법을 이번호 커버스토리에 담았습니다.



장승규 한경머니 편집장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