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커버 스토리 ②-2 K-택소노미 확대, 녹색금융 속도 낸다
K-택소노미 개정과 발맞춘 녹색금융 활성화 기대
K-택소노미 개정 가이드라인과 더불어 최근 확대되고 있는 다양한 녹색금융 관련 정책은 기업이 설비 투자별로 최적화된 자금을 활용해 보다 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녹색 매출 산정 방법론이 확정되고 사례가 확대되면 녹색금융을 도입 기회도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잠재적 녹색금융 대상 기업 확대
우선 K-택소노미 대상 업종이 확대되었다. 이미 혁신 품목에 포함된 자동차, 2차전지, 조선, 원전, 전력설비 등에 이어 이번 개정에서 산업 분야 경제활동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관련 활동이 신설됨으로써 국내 주요 제조업 대부분이 K-택소노미의 적용 대상이 되었다. 우리나라 시총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행하는 주요 사업이 명시적으로 녹색경제 활동에 포함된 점은 상징적이다. 이 외에도 혁신 품목 개정, 탄소중립 100대 기술 도입으로 다수 업종에서 새로이 K-택소노미를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 ‘공통’에 6대 환경 목표에 기여하는 ICT 활동이 광범위하게 추가됨으로써 첨단 전략산업의 또 다른 축인 AI 관련 기술이 녹색경제 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되었다. 예컨대 AI 또는 스마트 기술을 통해 제조나 서비스 현장에서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녹색경제 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녹색 설비투자에 대한 정책자금 확대
K-택소노미의 지속적인 개정과 함께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부는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시설투자에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보조금, 여신 및 채권에 대한 이자 이차보전 등 방식도 다양하다.
이 정책들은 지원 규모가 상이하며, 지원 대상 및 방식, 선정 기준 역시 다양해 사전에 적절한 검토가 이루어진다면 설비별로 최적화된 자금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설비를 구축할 경우 다수 정책자금의 대상이 되므로 사업 규모 및 정책별 혜택을 비교해 가장 좋은 조건의 자금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조금의 경우 최대 지원 금액이 고정된 반면, 여신에 대한 이차보전이나 융자 지원의 경우 사업 비용 및 기간에 따라 절감 금액이 달라지므로 일정 규모를 초과하는 지점부터는 금리우대 효과가 보조금을 앞서게 된다. 반면, 물이나 오염 방지 관련 설비의 경우 일부 정책자금만 활용 가능하므로 정확한 사전 조사가 중요하다.
향후 금융 기회 확대 가능성
현재 시행 중인 정책의 대부분은 운전자금이 아닌 시설자금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운전자금의 경우 자금 용도 특정이 어려워 그린워싱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024년 12월에 발표된 금융감독원의 ‘녹색여신 관리지침’에 따르면 기업에 대한 운전자금 지원을 위해서는 우선 기업의 녹색 매출 비율이 산정되어야 한다. 기업이 녹색 매출 비율을 제공하면 금융기관은 전체 금융 중 해당 비율만큼 녹색금융으로 취급해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녹색 매출 산정이 의무가 아닌 상황에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녹색 매출 비율을 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기업의 정보공개 방법론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방법론이 정교화되어 가이드라인 등으로 발표되면 기업의 녹색 매출 비율 산정 사례가 확대되고 운전자금에 대한 지원 역시 본격화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한편, 일부 기업은 선제적으로 녹색 매출 비율을 K-택소노미 기준으로 산정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등을 통해 공시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녹색 매출 비율 산정 과정에서 이미 녹색 프로젝트를 선별했기에 정책자금을 활용하기 위한 사전 준비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태다. 따라서 이들 기업에 녹색금융을 선점할 기회가 우선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조만간 EU 집행위원회의 전환금융 권고안을 참고해 금융감독원이 개발한 전환금융 가이드라인도 발표할 예정이다. EU의 전환금융 권고안에서는 기업 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기반으로 하는 전환전략형 전환금융과 함께 개별 프로젝트 차원의 택소노미형 전환금융도 제시하고 있다.
택소노미형 전환금융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택소노미 전환 활동(transitional activity, K-택소노미의 전환 부문 활동과 유사)에 해당하거나 현재 활동 기준을 충족한 상태에서 5년 등 일정 기간 내 인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K-택소노미 활동에 해당하지만 기준을 충족하기 전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 전환금융을 과도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예를 들어 K-택소노미 그린수소 제조 활동은 현재 일반 전기로 수전해 수소를 생산한다. 향후 인프라가 갖춰진 시점에 재생에너지로 사용이 가능한 경우 해당 시점까지 전환금융을, 해당 시점 이후부터 녹색금융을 활용할 수 있다.
정진 BNZ파트너스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