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최강 ESG팀 - SK증권 지속가능경영부
SK증권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별도 업무가 아니라 투자 의사결정의 기본값으로 다룬다. 투자심의위원회에 올라가는 모든 안건에 ESG 체크리스트를 적용하고, 그 결과를 심사·투자 판단 과정에 반영한다. ESG를 공시나 평가 대응이 아니라 경영·투자 시스템으로 내재화한 것이다.
SK증권이 운용하는 ESG 체크리스트는 총 15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 구성과 전문성·독립성 등 지배구조 요소부터 환경·사회 리스크까지 포함한다. 김미현 지속가능경영부 상무는 “영업 부서가 1차로 작성해 심사부에 제출하면, 심사부가 이를 우리 부서에 전달한다”며 “각 항목을 검증해 종합 의견을 달아 다시 돌려보내면, 그 자료가 투자심의 안건과 함께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체크리스트는 코스피 5000 시대를 맞아 기업지배구조를 점검하는 도구로도 활용된다.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이 높아질수록 전반적 예측 가능성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이승주 SK증권 차장은 “의사결정 투명성이 강화되는 환경에서 선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기업은 일반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기업지배구조는 글로벌 트렌드와 법 개정 흐름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SG 투자 원칙도 분명하다. SK증권은 2022년 탈석탄 투자 지침을 공개하고, 이를 투자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송승현 SK증권 과장은 “단기 성과가 예상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재무 위험이 커질 수 있는 투자는 배제한다”고 말했다. 다만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그는 “1년 이상 에너지 전환이 뚜렷하게 시작된 기업은 전환금융(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는 금융)으로 판단해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고 설명했다.
금융배출량 관리부터 전사 실행까지…ESG를 시스템으로
증권사 ESG 경영의 핵심 지표로 꼽히는 금융배출량(투자·대출 등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도 전면에 내세운다. 김 상무는 “섹터별 익스포저(위험 노출도) 추이를 매년 점검하며, 고배출 섹터라고 해서 무조건 배제하기보다는 모니터링과 관리를 병행한다”며 “전체 금융배출량은 측정 범위 내에서 감소 추세로 관리되고 있고, 과학 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 승인을 받아 연간 목표치에 맞춰 측정·공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SG를 투자상품으로 연결하는 창구도 구축했다. 김 상무에 따르면 SK증권에는 신기술사업부 등 전담 투자 조직이 있어 시드 투자부터 성장 단계까지 기후테크·자원순환 등 ESG 친화적 영역을 전문적으로 검증한다. 지속가능경영부는 이들과 협업해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 적합성 판단과 외부 검증 파트너 연계를 지원한다.
이 같은 체계를 소수 인력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전사 실행 조직이 있다. SK증권은 본부마다 1명씩 ESG 스페셜리스트를 둔 ‘ESG 스페셜리스트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총 27명 규모로 매월 둘째 주 월요일 점심시간에 정기적으로 모여 과제 점검과 외부 전문가 특강 등을 진행한다. 김 상무는 “지속가능경영부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은 전사 조직이 맡는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향후 중요 ESG 경영 의제로 AI 지배구조(AI 거버넌스)와 인적자본 공시를 꼽았다. 그는 “AI 기반 의사결정이 늘어날수록 책임 구조와 위원회 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질 수 있다”며 “AI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인간의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환경이나 지배구조보다 더 어려운 주제가 인적자본 공시”라며 “자본시장 관점에서 인재 경쟁력과 장기 기여를 어떻게 측정·공시할지가 다음 숙제”라고 강조했다.
SK증권 지속가능경영부는 김미현 상무를 중심으로 이승주 차장(ESG 커뮤니케이션스 매니저), 송승현 과장(ESG 인텔리전스 매니저) 등 3명으로 구성돼 있다. 공시·커뮤니케이션·데이터 분석을 맡는 소수 정예 조직이지만, ESG를 투자·공시·데이터 전반에 연결하는 전사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인터뷰] 김미현 SK증권 지속가능경영부 상무
“ESG는 변화 관리, 거버넌스는 의사결정 품질을 가늠하죠”
- ESG를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하고 있나.
“ESG를 특정 규제나 유행하는 트렌드로 보지 않는다. ESG는 21세기형 변화 관리 기법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자, 규제기관, 소비자, 사회가 기업에 요구하는 변화의 방향이 계속 바뀌고 있는데, 그 요구를 어떻게 조직에 반영하고 실제 의사결정과 실행으로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다.”
- 기업의 지배구조(거버넌스)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거버넌스를 통해 의사결정의 품질과 일관성을 볼 수 있다. 지금 당장 실적이 좋아 보이는 기업도 많지만, 그 성과가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기능하는지, CEO와 이사회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지를 보면 그 기업을 중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지가 드러난다.”
- 투자 측면에서 ‘좋은 거버넌스’는 어떻게 판단하나.
“형식적 제도보다는 실제 작동 여부를 본다. 이사회 구성도 숫자보다 전문성과 역할이 중요하고, 위원회 역시 존재 여부보다 실제 어떤 논의가 이뤄지는지가 핵심이다. 공시도 ‘하고 있다’는 선언이 아니라 결정의 맥락과 이유가 투명하게 드러나야 신뢰가 생긴다.”
- AI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ESG 관점에서 ‘AI 거버넌스’는 어떻게 보고 있나.
“AI가 투자 판단이나 전략 제안까지 하는 단계로 가면서 책임 구조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AI가 낸 결과를 채택할지 말지, 그 판단에 대한 책임은 결국 사람이 져야 한다. 기업 차원에서도 AI 활용 기준과 책임 주체, 검증 프로세스, 의사결정 체계를 명확히 한 AI 거버넌스 프레임이 필요해질 것이다.”
- 증권사에 중요한 ESG 지표는 무엇인가.
“금융배출량이다. 포트폴리오 단위로 배출량과 전환 리스크를 측정·관리하고 대외 목표와 정합성을 갖춰 공시 신뢰도로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 동시에 인적자본은 중요하지만, 관리 난도가 가장 높다. 인재의 역량, 성장, 기여를 자본시장 언어로 정의해 일관되게 측정·공시하는 것이 다음 과제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