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권태 에스디티 대표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고 방지…그게 내 운명"

입력 2026-01-18 17:48
수정 2026-01-19 00:35
고권태 에스디티 대표(56·사진)는 40대 중반 나이에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2014년 당시 GS건설에서 일하면서 인천 영종도 자기부상열차 시운전을 하던 중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에 끼일 뻔한 사고를 연거푸 겪었던 때다. 이 경험은 고 대표가 ‘스크린도어 바닥 센서’의 창업 아이디어를 얻는 밑바탕이 됐다.

고 대표는 지난 15일 인터뷰에서 “20년 넘게 철도업계 외길을 걸어오며 피부로 느낀 문제점을 해결하는 제품으로 승부를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개발자로 마음껏 연구개발(R&D)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창업 결심에 불을 지폈다.

고 대표가 2017년 개발을 끝낸 스크린도어 바닥 센서는 도어 위쪽 광센서를 활용한 기존 방식보다 사고 방지율이 높다는 호평을 받았다. 100만 회 이상 작동해도 이상이 없어 한국철도표준규격(KRS) 시험을 무난히 통과했다. 지하철역에 설치하면 8년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곧바로 빛을 보지는 못했다. 국내 최초의 기술이다 보니 납품 실적이 없어 제품 입찰에 참여할 길이 없었다. 전동차나 KTX에 들어가는 부품 설비를 설계하며 연명하다 개발 후 7년이 지난 2024년에야 기회를 얻었다.

그는 “안전 문제가 부각되면서 서울교통공사가 시범 사업으로 7호선 대림역에 바닥 센서를 설치해보라고 제안했다”며 “이 성과를 바탕으로 7호선 보라매역과 신풍역, 2호선 신도림역에도 설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모든 역사에 바닥 센서를 깔 수 있도록 연구개발 중”이라며 “0.5초 단위로 전기 신호를 보내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이상 신호를 관제실로 보내는 자가 진단 시스템을 추가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산업군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고 대표는 “바닥 센서 기술은 산업 현장에서 CCTV 사각지대에서 침입자 감시용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량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람이 난간에 압력을 가하면 해당 위치를 관제실에 보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며 “이렇게 바닥 센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어릴 때부터 ‘발명왕’을 꿈꿨다. 공중화장실에 파리 그림이 그려진 소변기가 대중화되지 않던 시절 유사한 아이디어를 변기 제조사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가 출원한 특허 수만 10여 개다. 고 대표는 “과속 단속 카메라의 원리를 활용해 장애인 주차 구역을 단속하는 무인 시스템을 만들다가 규제에 가로막힌 적이 있다”며 “여러 신제품과 혁신 기술이 잘 상용화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 좋겠다”고 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