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 여러분과 당원들께 걱정을 끼친 데 대해 당을 이끌었던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송구한 마음”이라고 18일 밝혔다. 사과 사유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자신과 가족이 당원게시판에 익명으로 당내 다른 의원들을 비방했다는 의혹에 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 대표의 사과가 충분했는지를 두고 당내에서도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2분5초 분량 영상을 통해 “저에 대한 징계는 명백한 조작이자 정치 보복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국민 여러분과 당원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계엄을 극복하고 더불어민주당 정권의 폭주를 제어할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이런 정치 보복 장면이 펼쳐지는 것을 보고 우리 당에 대한 마음을 거두는 분이 많아질 것 같아 걱정이 크다”며 “당권으로 정치 보복을 해 저의 당적을 박탈할 수는 있어도 제가 사랑하는 우리 당의 정신과 미래는 박탈할 순 없다”고 했다.
한 전 대표의 이날 사과는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자신을 제명하기로 한 뒤 처음 이뤄진 것이다. 야권에서는 장동혁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과 관련한 최종 의결을 1주일 연기한 만큼 한 전 대표가 제대로 된 사과를 하면 당권파와 친한동훈계의 갈등이 봉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장 대표가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 공천헌금 의혹 등과 관련한 ‘쌍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며 국회 본관에서 단식을 이어가는 상황이라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지방선거를 준비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도 제기됐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당무감사와 윤리위 징계 과정에 상상하기도 힘든 불법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낸 한 전 대표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전 대표도 본인의 입장 정리를 한 번 할 필요가 있었는데 오늘 그래도 용기를 내서 그렇게 해준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당 주류 의원들은 한 전 대표의 메시지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한 전 대표는) 진정성 있게 과거의 여러 행태를 반성하고 국민께 사과하는 것이 도리”라며 “자신이 SNS에 올린 글의 내용에 대해 많은 분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며 에둘러 비판했다. 다른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도 “진정성 있는 사과란 상대를 비난하거나 자기변명을 하지 않는 게 대전제”라며 “심지어 무엇을 사과하는지도 명백하지 않은 메시지를 당원들이 사과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