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의 칩은 더 촘촘하고 입체적이 됩니다. 갈수록 막(膜)을 원자 단위로 균일하게 입히는 원자층증착(ALD)의 존재감이 더 커질 것입니다.”
이영석 ASM코리아 대표(사진)는 지난 16일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전공정 증착 기술인 ALD의 활용 영역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패키징으로도 확대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물리학 박사인 이 대표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 등을 거친 장비 엔지니어 출신이다. 한국 법인 운영을 하면서 ASM의 핵심 기술인 플라스마강화원자층증착(PEALD) 연구개발(R&D)을 총괄하고 있다.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은 ALD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슈퍼을(乙)’로 꼽힌다. 2024년 매출은 29억3300만유로(약 5조원)로 글로벌 장비업체 10위 안에 든다. 증착은 웨이퍼 위에 재료를 박막 형태로 입혀 전기적 특성을 부여하는 공정이다. 이 가운데 ALD는 원자층 단위로 막을 쌓아 두께와 균일도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난도가 가장 높은 기술 중 하나로 분류된다.
이 대표는 “반도체산업의 가장 큰 패러다임 변화는 구조가 평면에서 적층(3D)으로 전환되는 것”이라며 “HBM은 물론 D램·로직 공정도 본질적으로 층을 세워 쌓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가 수직으로 쌓일수록 층과 층 사이를 균일하고 정밀하게 채우는 기술이 중요해진다”며 “ALD 없이는 공정 구현 자체가 어려워지는 구간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했다. PEALD 수요도 커지고 있다.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공정 온도 관리가 까다로워지고 열에 민감한 차세대 소재의 비중이 늘어서다. 이 대표는 “차세대 칩은 열에 민감한 신소재를 적극 채택하고 있다”며 “플라스마를 활용해 낮은 온도에서 고품질 박막을 형성하는 PEALD의 활용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ASM은 전공정 기술로 평가받던 ALD를 후공정인 패키징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HBM에서 D램 칩을 수직 적층한 뒤 미세한 구멍을 통해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용 ALD 장비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패키징의 핵심인 접합(본딩) 공정 전용 소재는 물론 화학기계적연마(CMP) 공정에 필요한 특수 소재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가 꼽은 ASM의 ‘초격차’ 비결은 R&D다. ASM은 업계 평균(10%)보다 높은 매출의 15%를 R&D에 투입한다. 이 대표는 “ALD는 장비 성능만으로 승부가 나지 않는다”며 “어떤 전구체 등을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져 장비에 최적화된 소재까지 함께 개발하는 구조가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ASM 전략의 ‘심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ASM코리아는 핵심 장비군인 PEALD의 R&D와 제조가 함께 이뤄지는 거점이다. 회사는 2019년 경기 화성에 연구·제조 거점을 구축한 뒤 2023년부터 1억달러(약 1470억원)를 추가 투자해 지난해 말 혁신제조센터를 완공했다. 이를 통해 R&D 공간은 두 배, 제조 역량은 세 배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표는 “글로벌 장비사가 한국에서 고객 지원을 넘어 개발과 제조까지 수행하는 사례는 드물다”며 “한국의 PEALD 연구·제조 허브 역할을 더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