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가자지구 ‘평화위원회’가 사실상 유엔을 대체하려는 의도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평화위원회가 가자지구의 재건과 관리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베네수엘라 등 다른 분쟁 지역 문제에도 관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헌장이 마련돼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평화위원회가 다른 글로벌 분쟁에도 중재자로 나설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헌장을 예비 참여국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당초 평화위원회는 가자지구 휴전 후 들어서는 임시 과도정부를 관리·감독한다는 목적으로 구상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해 제시한 평화구상 2단계의 일환이다. 가자지구 종전과 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의사결정권한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FT가 입수한 헌장 사본에는 가자지구가 직접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평화위원회는 분쟁의 영향을 받거나 위협 지역에서 안정성을 증진하고, 합법적인 통치로 지속가능한 평화를 달성하는 국제기구”라는 문구가 명시됐다. 특히 “더 민첩하고 효과적인 국제평화기구 구축”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실패해온 접근법과 제도에서 벗어날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T는 이런 문구가 평화위원회의 지위가 유엔에 필적할 만큼 광범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유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고수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FT에 “향후 평화위원회가 가자지구를 넘어 더 많은 사안을 관리할 가능성이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성사한 다른 평화 합의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안들은 추가 집행이사회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평화위원회 권한 범위에 들어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평화위원회의 최고의사결정기구는 국가 정상급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맡을 의장직에는 회원국 탈퇴 결정권 등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와 독일, 호주, 캐나다에 가입 초청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연합(EU)과 이집트, 튀르키예도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장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