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안 자면 신고한다"…음주운전 40대女 협박한 남성

입력 2026-01-17 14:36
수정 2026-01-17 14:37

대리운전 기사가 떠난 뒤 운전대를 잡은 여성에게 접근해 음주운전 신고를 빌미로 성관계와 금품을 요구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심현근)는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34)가 낸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회봉사 16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3월 8일 오후 11시 30분쯤 강원 춘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입구에서 대리운전 기사가 하차한 뒤 차량을 직접 운전하던 여성 B씨(42)를 목격했다. A씨는 B씨의 음주운전 사실을 경찰에 신고할 것처럼 겁을 줘 금품 등을 요구하기로 마음먹고, 자신의 차량으로 B씨를 뒤쫓아가 차량에 적힌 연락처를 확인했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줄 것을 요구하며 "나랑 자자. 그렇게 안 하면 음주운전으로 신고하겠다", "나랑 성관계 안 할 거면 1000만원을 달라"고 협박했다. 또 "주무시나요? 내일 뵐게요", "오늘 저녁 몇 시에 가능하세요"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지속적으로 연락을 이어갔다. 그러나 B씨가 응하지 않으면서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법정에 선 A씨는 "공갈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무죄를 다퉜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A씨가 1000만원을 요구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는 점, 음주운전 신고를 목적으로 접근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해자와 헤어진 뒤에도 계속 연락해 만남을 시도한 점 등을 종합해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음주운전 신고를 할 것처럼 공갈했다가 미수에 그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범행 경위에 비춰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점, 피해자와 합의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실제 경험하지 않았다면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인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양형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다시 살펴보더라도 원심 형은 적정하다"고 밝혔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