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강한 성장 동력 갖춘 글로벌 금융 허브” [박신영이 만난 월가 사람들]

입력 2026-01-18 07:28
수정 2026-01-18 08:09

“강력한 성장 동력을 갖춘 글로벌 금융 허브”

짐 젤터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사장이 밝힌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다. 아폴로는 블랙스톤, KKR과 함께 세계 3대 사모펀드(PEF) 및 대체투자 운용사로 꼽힌다.
젤터 사장은 17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운용 능력이 좋은 기관 투자가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많다는 점을 한국 시장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또한 미국경제에 대해선 예상보다 강한 성장으로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쉽게 내려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AI) 주식과 관련해선 기업 실적보다 주가 밸류에이션이 더 높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AI에 쏟아지는 투자금이 전력·인프라·설비 같은 장기 자산에 투입되는 구조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때 AI 수요 및 관련 산업이 버블이 아닌 장기 성장 국면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좋습니다. 장기 금리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이번 경기 사이클은 확신에 찬 전망이 왜 자주 빗나가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미래를 정확히 내다보는 수정구는 없다는 거지요.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훨씬 강한 회복력을 보여왔지만, (시장 소비와 투자 등으로 인한) 수요가 인플레이션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국채의) 장기 금리는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자본 비용을 높이고, 기업의 재무제표 건전성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만듭니다.”

▶지금처럼 경기 전망이 어려운 시기엔 어떤 기준으로 투자해야 하나요.
“(크레딧 및 기관투자자들은) 상황별로 결과가 크게 갈릴 수 있다는 걸 전제로 더 정교하게 투자해야 합니다. (GDP 등과 같은) 헤드라인 성장률과 보다 △자산 간 성과 격차 △투자 기간(듀레이션) △엄격한 언더라이팅(대출·투자심사) 원칙이 훨씬 더 큰 의미를 갖게 됩니다. 자산별·기업별 성과 격차가 확대되는 환경에서 투자처에 대한 선별력과 재무 건전성, 금리 민감도 관리가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장기 국채 금리가 최근 고점에서 크게 하락했습니다.
“시장은 성장 낙관론과 인플레이션 우려 사이를 오가고 있습니다. 금리 하락의 일부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신뢰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 차입 △ 지속되는 (국채) 공급 압력 △수요 주도형 인플레이션 역학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지난 10년과 달리 구조적으로 더 높은 금리 환경이 이어질 것입니다. 단기적인 Fed 정책보다 수익률 곡선(장단기 국채 금리의 움직임)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 미국 경제에서 가장 과소평가 된 리스크는 무엇일까요.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끝났다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물가 압력 상당 부분은 재정 정책, 인구 구조, 그리고 대규모 설비투자 사이클과 연관된 수요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어, 금리가 크게 내려갈 수 있는 여지를 제한합니다.”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투자 분야가 있나요.
“디지털 인프라, 제조업, 에너지 등 실물 경제 투자를 위해 필요한 자본 규모가 얼마나 막대할지에 대해 투자자들이 여전히 과소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투자는 규율 있는 (대출가 사모신용 등) 크레딧 제공자에게 매우 매력적인 기회입니다. 거시적 불확실성이 높고 펀더멘털이 고르지 않은 시기는 차별화된 언더라이팅(대출·투자심사)과 장기 자본 투자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왔다는 것이 우리의 경험입니다.”


▶AI 투자와 관련해 버블 우려가 큽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AI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관련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앞서가는 측면은 분명히 있습니다.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는 국면에서는 시장이 실제 펀더멘털보다 먼저 반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AI면 무조건 투자해야 한다는) 헤드라인 스토리보다 현금흐름과 투자자본수익률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가장 주의 깊게 보는 부분은 AI 수요가 전력·인프라·설비 같은 장기 자산에 대한 투자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는지입니다. 이것이 확인될 때 AI 투자는 단기 유행이 아니라 장기 성장 국면에 들어간 것입니다.”

▶자본이 공모 시장에서 사모 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흐름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공모 시장의 유동성은 (주가 변동 폭이 클 때)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안정적이지 않아서죠. 동시에 동일한 신용평가사와 투자자들이 이제 공모·사모 신용 전반에 걸쳐 일관된 기준으로 리스크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투자와 자본 조달) 포트폴리오 구성 방식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사모 신용이 이처럼 성장하는 데 어떤 강점이 작용했나요.
“은행은 단기 유동성, 자본시장 거래에서 여전히 핵심적인 파트너인 반면, 사모 대출기관은 구조와 확실성이 중요한 맞춤형 장기 자금 제공에 강점이 있습니다. 자금 조달이 업계의 핵심 경쟁력이 되면서, 아폴로는 지난 10여 년간 약 120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이를 통해 항공, 자동차 리스, 중견기업 금융 등 16개의 분야별 전문 대출 플랫폼(자회사)을 구축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차입자들에게 전통 시장과 병행할 수 있는 더 다양한 장기 투자 자금 옵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가 둔화할 경우 사모 신용 시장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경고가 많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정상적인 수준의 저금리 환경이 이어진 이후 정상화 과정에 있습니다. 부실률, 채무불이행률 등 디폴트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현재 문제가 생긴 일부 사모 신용은 경제 전반보다는 언더라이팅(대출·투자 심사)이 취약했던 일부 개별 사례에 집중돼 있습니다.”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한국을 강력한 성장 동력을 갖춘 글로벌 금융 허브로 보고 있습니다. 고도로 정교한 기관투자가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성장과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환사채, 메자닌 금융, 우선주 투자 등) 부채와 자본을 연결하는 파트너십 기반 자본’에 열려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 상당한 기회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내 활동을 확대하며 지난해 이재현 아폴로 한국 대표를 선임했습니다.”

▶금리가 ‘더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환율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한국 투자자들은 자본시장과 자금 조달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고금리 환경에서는 기업들이 성장 자금 조달 방식과 재무제표 관리 방식을 재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의 경우, 금리나 환율 변동에 따라 투자 결정이 계속 흔들리지 않도록 보다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자금 조달이 중요합니다. 안정적인 달러 현금흐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사모 신용 투자를 포함한 소득 중심(이자와 같은 현금 흐름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의 비중이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