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모빌리티 투자는 초하이리스크"…대안 교통 '씨앗'도 못 뿌린다

입력 2026-01-16 17:54
수정 2026-01-17 01:09
“모빌리티 투자에 대한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 지난 15일 새벽 서울 시내버스 전면 파업에 서울시가 노조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결과가 나오자 벤처업계에선 이런 탄식이 터져 나왔다. 대형 벤처캐피털(VC) 대표는 16일 “모빌리티 섹터 기피 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기관투자가로부터 돈을 받으려면 성공 가능성이 아니라 규제 리스크부터 설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시민 이동권을 볼모로 삼은 특정 이익집단의 파업으로 도심 교통이 타격을 받는 상황이 앞으로도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0년 ‘타다 금지법’ 이후 플랫폼 기반 모빌리티 실험이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이번 ‘버스 대란’에 대한 미봉책이 결정타가 됐다는 지적이다. ◇ 모빌리티 분야 투자액 70% ‘뚝’전문가들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대중교통의 파업 사태를 막으려면 ‘유연성 확보’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도시 교통이 버스, 택시, 지하철 같은 정부 예산과 밀접히 연결된 ‘제도권’ 단일 축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구조적 취약성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명예교수는 “버스 파업은 준공영제 도입 이후 사실상 연례적으로 반복된 문제”라며 “대체 수단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구조적 개편 없이 임금과 보조금 문제만 임시로 봉합하면 같은 충격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버스 대란’은 대중교통 공백을 흡수할 대안 교통수단이 부재하다는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서울시의 해결책이 투자업계에 부정적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VC 관계자는 “투자위원회 안건으로 올리기도 전에 내부 검토 단계에서 걸러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나마 자율주행처럼 인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면 투자 논리를 세우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대안 교통수단 생태계가 자리 잡지 못한 원인으로는 2020년 국회가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킨 것이 기폭제가 됐다. 플랫폼 기반 모빌리티 실험을 제도권 밖으로 밀어내면서 혁신 엔진이 꺼지고 있다는 얘기다. 벤처투자 분석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 투자액은 2022년 1조2489억원에서 2025년 3550억원으로 3년 새 71.5%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타다 금지법이 특정 서비스 퇴출 이상이라고 지적한다. 실험과 개선이 반복되면서 이뤄졌어야 할 혁신의 축적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한 모빌리티 스타트업 관계자는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와 지역을 파악하고, 기사 공급 방식이나 요금 구조를 조정하면서 데이터를 쌓아가야 하는데 그런 실험의 시간이 통째로 사라졌다”며 “혁신이 실패한 게 아니라 실패해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셈”이라고 말했다. ◇ 미·중은 혁신서비스 제도권 편입이 같은 흐름은 해외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글로벌 모빌리티 분야 투자는 440억달러(약 64조원)에서 540억달러(약 79조원)로 오히려 늘어났다.

미국과 중국 주요 도시는 노선버스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호출형 셔틀, 수요응답형 교통(DRT), 자율주행 셔틀을 단계적으로 도입해왔다. 기존 노선과 분리된 구간이나 신도시, 산업단지부터 실증을 시작해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방식이다.

국내에선 자율주행 기술이 여전히 ‘쇼윈도 테크’로 불린다. 대중교통을 보완할 실질적 대안이 아니라 전시용 시범 사업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 실증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전면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것만 봐도 제도적 환경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는 “국내 모빌리티 투자는 이제 ‘초하이 리스크’ 영역으로 분류된다”며 “성공 가능성을 따지기 전에 언제 제도가 바뀔지부터 걱정해야 하는 산업이어서 장기 자본이 들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실험을 통해 개선할 수 있었던 기회가 사라졌다”며 “6년이 지난 지금 민간 혁신은 멈춘 반면 공공 비용만 늘어난 구조가 된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