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182억달러)이 같은 기간 삼성전자(138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고 그제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얼마 전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화려한 부활’을 알렸지만 파운드리 분야의 압도적 세계 1위 TSMC와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TSMC는 올해 매출도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칩 수요가 여전히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올해만 차세대 2나노 공정 등에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인 560억달러(약 82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 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20조원)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지난해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0%를 돌파해 삼성전자(약 7%)의 10배에 달했다. 2년 전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DS부문장)이 ‘메모리 초격차’와 함께 ‘파운드리 도약’을 외쳤지만 TSMC와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기존 주력 분야인 D램 등 메모리 반도체에만 치우친 ‘반쪽짜리 패권’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현실에서 삼성전자가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단기적인 주주환원이나 임직원 성과급에 과도한 자금을 쏟아붓는 건 지양해야 한다. 물론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에 쓰기로 했지만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말처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설비 투자와 기술 개발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파운드리는 단순히 기업의 수익원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 자산이다. 대만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최혜국 대우를 끌어내며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도 TSMC라는 대체 불가능한 파운드리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 증시도 반도체주 덕분에 연일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반도체가 흔들리면 시장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2나노 공정에서 배수진을 쳐야 한다. 메모리 분야의 초격차를 파운드리로 확장하지 못한다면 최대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위상은 신기루에 그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