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기본법 고삐 죄는 與…"은행 중심은 혁신 저해"

입력 2026-01-16 18:05
수정 2026-01-16 18:06

더불어민주당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둘러싼 쟁점을 두고 '당국 입장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은행권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제한 등 당국 방침에 대한 업계 반발도 커지고 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제도화가 여는 혁신의 전환점' 토론회에 참석해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지난해 9월 출범한 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간사다. 이날 토론회에는 안 의원을 비롯해 이강일 민주당 의원, 한민수 민주당 의원 등 TF 소속 의원들이 참석했다.

안 의원의 이번 발언은 금융당국의 방침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국회에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지분 50%+1주)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이블코인 산업 육성 초기엔 시장 신뢰와 안정성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한국은행 입장을 일부 수용한 결과다. "글로벌 스탠다드 불합치"반면 민주당은 핀테크 등 비은행권에도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 초기부터 이같은 입장을 고수해왔다. 안 의원은 이날 "은행이 신뢰와 안정성을 맡고, 핀테크 등 비금융사는 혁신과 성장을 담당하는 개방적 컨소시엄이 더 나은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당국 방침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 제한을 둘러싼 쟁점도 언급했다. 금융위가 마련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에는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안 의원은 "(거래소는) 일종의 시장 인프라인 데다가 공공재적 성격도 있어 지분율에 상한을 두자는 문제의식 자체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단) 지분율에 상한을 두면 투자 유치부작용, 글로벌 스탠다드 불합치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 방침을 반대하는 건 민주당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주식 및 디지털자산 밸류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강제적 지분 분산은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하고 자본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대주주 지분율 제한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자금세탁방지(AML) 등을 이유로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에 지속적으로 주저하는 태도를 보여왓다"며 "민간이 쌓은 성과를 행정적 규제를 통해 제한하는 게 현재 시장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업계 "은행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업계 반발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류홍열 비댁스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의 개회사 후 진행된 토론회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리스크는 발행 주체의 업종이나 성격에 기인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비댁스는 지난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술검증을 마친 국내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업체다.

류 대표는 "정부안대로면 혁신 기업은 은행의 기술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제한하면 결국 은행이 시장을 독점해 발행, 유통, 결제, 정산 등 모든 과정을 통제하게 될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 산업을 사실상 은행 산업으로 구속시키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시장은 변화와 발전의 속도가 빨라 나중에 비금융권의 진입을 허용해도 이미 경쟁이 끝나있을 것"이라며 "이는 안정성의 문제를 넘어 민간 기술 산업에 대한 과도한 구조적 통제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선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율 제한에 지적도 잇달아 제기됐다. 특히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정책과 정합성이 낮아 '갈라파고스 규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윤경 인천대 교수는 "미국, EU, 일본 등 주요국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사업자의 주주·임원 적격성 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대주주 지분 상한 선례는 찾아볼 수 없다"며 "인위적인 지분 분산 규제는 기업 경쟁력을 넘어 산업 경쟁력과 국가 혁신 생태계를 약화시킬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과감한 투자 어려워질 것" 지적도대체거래소(ATS)에 준하는 규제를 가상자산 거래소에 적용해야 한다는 당국 입장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신용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한국거래소나 대체거래소는 국내 자본시장법 내에서 제한적 경쟁을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한다"며 "(가상자산 거래소는) 기능이나 리스크 분담 등 기술·상업적 측면에서도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신 변호사는 "가상자산 시장은 신기술 기반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대주주가) 15%의 지분만 갖고 있으면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지배구조 분산이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도 효과적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 참석이 예정됐던 한은과 금융위는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최근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해 공개 석상에 나서는 걸 꺼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블록체인·가상자산(코인) 투자 정보 플랫폼(앱) </strong>'블루밍비트'에서 더 많은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준형 블루밍비트 기자 gilson@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