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여주는 아이러니는 끝이 없다. 그는 무리수를 두며 선을 넘는 성격이기에 차기 대통령이 그의 규범 훼손을 답습할 가능성은 낮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겨냥한 수사도 전형적인 사례다. 10년 전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스틸 문서’(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이 만든 트럼프 공격용 문서) 사건은 언급하기 거북한 화제가 됐다. 정치적 거짓말과 ‘사법의 무기화’(lawfare), 통제 불능의 결과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사례인데 말이다. 모두가 알지만 모른 척하고 싶은 ‘방 안의 코끼리’와 같은 심리를 엿볼 수 있다. 모두 모른 척하는 '스틸 문서'최근 한 민주당 하원의원에게 거의 10년이 지난 스틸 문서 사건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더니 용어 자체를 모르는 척했다. 그는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복귀시킨 것은 민주당의 ‘사법의 무기화’ 탓이라고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비서실장이던 람 이매뉴얼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 역시 답변을 회피했다. 이 사건이 금기가 된 이유는 단순히 스틸 문서가 가짜로 판명됐기 때문이거나, 정보기관이 미국 정치에 전례 없이 개입하는 빌미를 제공해서도 아니다. 바로 실질적인 결과가 따랐기 때문이다. 트럼프보다 더 많은 표를 받은 미국인은 없다. 인구 비례로 계산해도 프랭클린 D 루스벨트만이 그를 앞섰을 뿐이다.
하지만 둘의 유사점은 거기서 끝난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상은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언론, 민주당 같은 제도권 기관들이 스스로에 입힌 상처의 반사이익이나 다름없다. 이 같은 과정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한 번도 50%를 넘지 못했다. 심지어 그의 지지자 다수도 여전히 그에게 양면적인 감정을 느낀다. 대중은 언론에 대해서도 깨달았다. 트럼프에 대해선 ‘평판이 나쁘다’는 이유로 그의 거짓말을 폭로하고 과장하는 데 열을 올렸지만, 트럼프의 적들에 대해선 ‘평판이 좋다’는 이유로 그들의 거짓말을 보호하고 은폐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 안의 코끼리도 있다. 지난 8년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민주당이 정적을 흠집 내기 위해 러시아와 관련된 거짓 주장을 퍼뜨리는 것을 지켜봤다. 암묵적으로 푸틴이 침묵하거나 장단을 맞춰주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푸틴은 미국인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 스틸 문서가 사기라는 것, 그리고 FBI가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사건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조작된 러시아 정보 문서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결과로 뜻하지 않게 트럼프가 당선됐다. 부메랑 된 '사법의 무기화'마치 ‘판도라의 상자’와 같다. 그 실체를 마주하는 것은 매혹적이면서도 혐오스럽다. 이번주 벤 버냉키, 앨런 그린스펀 등 초당파적 원로 그룹이 트럼프 행정부가 ‘법을 통한 협박’으로 파월 의장을 압박하는 행태를 즉각 질타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필자는 2016~2024년 사법의 무기화와 정보기관의 남용에 대해 국가안보 원로들이 목소리를 내줄 것을 촉구했다. 돌이켜보면 그런 경고는 두 가지 역할을 했을 것이다. 지금 백악관에 누가 앉아 있는지 봐도 알 수 있다. 이 같은 권력 남용의 최대 수혜자는 결국 적들의 어리석음 덕분에 권좌에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원제 ‘Now Lawfare Engulfs the F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