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에도 트럼프에 운 美 은행주…투자 매력은 여전

입력 2026-01-16 16:17
수정 2026-01-1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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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스트리트의 대형 은행들이 대체로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4분기 성적표를 내밀고도 웃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용카드 금리 10% 상한’ 정책이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선 트럼프의 제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예상이 힘을 받으며 은행주의 실적개선 및 주주환원을 더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닝 서프라이즈 누른 '트럼프 리스크'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등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시가총액 기준 6대 은행(JP모간체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BofA)·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웰스파고·시티그룹)은 이날로 작년 4분기 실적 발표를 마무리했다. 6개 은행이 지난해 4분기에 거둔 순이익은 총 374억7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66억1000만달러) 대비 2.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대 은행은 대체로 지난해보다 개선된 실적으로 시장 눈높이를 웃돌았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JP모간은 4분기 매출 467억7000만달러(전년 동기 대비 7% 증가), 조정 주당순이익(EPS) 5.2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매출 462억 달러, EPS 5달러)를 뛰어넘는 수치다. 그러나 실적 발표 당일 주가는 약세로 마감했다. BofA와 웰스파고 역시 EPS가 시장 예상치를 각각 2%, 6% 이상 상회했지만 주가는 3~5%대 조정을 받았다.

호실적을 덮은 악재는 ‘트럼프 리스크’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용카드 이자율을 연 10%로 제한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은행 수익성 훼손 우려가 커진 탓이다. 현재 미국 평균 카드 금리가 20%대인 점을 감안하면 이자 수익(NII) 급감이 불가피하다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다.

카드 사업을 별도 계열사로 분리한 한국 은행사와 달리 미국 은행들은 대부분 신용카드 사업부를 통해 관련 수익이 직접 실적에 반영되는 구조다.
트럼프 노이즈보단 실적·주주환원 주목해야분위기 반전의 신호도 감지된다. 15일 마지막으로 실적을 발표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4%, 18.4% 개선된 순이익을 기반으로 주가가 5% 안팎으로 뛰었다. 증익 규모가 6대 은행 중 가장 높았고, 골드만삭스는 오랜 기간 골칫덩이였던 애플과의 신용카드 연계 계약이 종료된 점이 긍정적 평가로 받았다.

트럼프의 카드 이자 제한 정책이 현실성이 없다는 전망도 리스크 완화로 이어지고 있다. 금리 상한을 도입하기 위해선 입법이 필요하지만 여당인 공화당은 상·하원 양측에서 과반보다 딱 한자리 많은 근소한 우위만 갖고 있고, 월가의 로비 및 법적 대응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제러미 바넘 JP모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3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신용카드 금리 상단 제한은 신용도가 낮은 가계 및 사업자의 신용 접근을 제한하는 역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시적 노이즈에 가까운 이자 제한보단 크게 개선될 은행권의 올해 실적과 주주환원 규모를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증권가에선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는 만큼 가계금융이 아닌 투자은행(IB) 비중이 높은 은행을 중심으로 대규모 실적 개선을 예상하고 있다.

월가가 전망하는 골드만삭스의 올해 매출과 EPS는 각각 작년보다 7.64%, 8.36% 증가한 627억3000만달러, 55.61달러다. JP모간도 비은행 부문의 포트폴리오 강화에 힘입어 주당순이익이 연간 7.4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환원도 공격적으로 늘어나며 배당 매력을 향상시킬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6대 은행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 주주환원에 사상 최대 금액인 1400억달러를 투입했다. 올해도 은행들의 실적 전망이 견조한 만큼 주주 환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올해도 자사주 매입을 역동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범진/한경제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