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희가 표현하는 밑바닥 인생…'프로젝트Y' [김예랑의 씬터뷰]

입력 2026-01-16 15:43
수정 2026-01-16 15:47
영화 '프로젝트 Y'는 한소희의 연기 세계가 한 단계 확장되는 지점에 놓인 작품이다. 첫 상업영화 주연이라는 이력과 함께, 또래 배우 전종서와의 만남, 지금이 아니면 시도하기 어려웠을 캐릭터가 겹쳤다. 한소희는 이 작품에 대해 결과보다 해석이 더 궁금하다고 말했다.

16일 만난 한소희는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묻자 "떨리는 것보다 궁금한 마음이 더 크다. 다양한 해석이 나올 것 같아서 그게 제일 궁금하다"고 했다. 이어 "저도 15세 관람가로 편집된 '프로젝트 Y'를 아직 보지 못했다. 한 번 더 보고 체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19세 관람가 버전을 먼저 봤다는 그는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일부 컷 편집된 정도로 알고 있다. 전반적인 흐름은 같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Y'는 벼랑 끝에 내몰린 두 여성이 검은돈과 금괴를 손에 쥐며 인생 역전을 노리는 범죄 엔터테이닝 영화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종서 배우의 영향이 컸어요. 또래 배우라는 걸 떠나서 같이 한번 작품을 해보고 싶었던 배우였거든요. 이환 감독의 '박화영'도 인상 깊게 봤고, 시나리오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두 사람의 인연은 한소희가 먼저 보낸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시작됐다. 그는 "제가 아무에게나 메시지를 보내는 편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싶었던 마음이었다"며 "뜬금없이 메시지를 보냈는데 종서가 흔쾌히 답해줬고, 바로 만났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버닝' 때부터 연기를 좋아했다. 어떤 태도로 작품에 임하는지 묻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주한 전종서에 대해 한소희는 "우리는 인류애로 살아가는 사람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 일을 어떻게 사랑을 베이스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연기를 잘한다는 기준이 뭔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연기 전공자인 전종서를 향해 "나는 연기를 전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선배님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한소희는 이 영화에서 미선 역을 맡아 위험한 선택의 순간에 놓인 인물을 연기했다. 술집에서 일하는 여성이라는 설정, 욕설이 많은 대사, 밑바닥 인생을 다루는 서사는 첫 상업영화 주연작으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처음부터 미선 역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대본을 읽을 때 캐릭터를 정해두지는 않았다"며 "하다 보니 도경과 미선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서 극명하게 갈리더라. 저는 미선 쪽이 더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연기에서도 자신의 결을 많이 녹였다. "제가 호피 무늬를 좋아해요. 미선의 시그니처가 될 수 있는 의상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선택했죠. 나중에 봐도 트렌디해 보일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한소희는 이 작품을 "지금 우리 나이대에만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표현했다. "대본을 받고 수정 작업을 거치면서 이런 부분들이 보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지금이 아니면 못 할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대본의 완성도를 생각한다기보다 우리가 참여함으로써 영화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프로젝트 Y'는 한소희에게 연기적인 갈증을 해소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미선의 말투나 행동이 저와 닮아 있다. 친구를 대할 때의 모습이 그대로 나왔다"고 했다. "상황을 마주했을 때 제가 실제로 할 법한 선택을 했다. 감독님이 그런 나이브한 표현을 좋아해 주셨다"고 말했다.

한소희는 이번 영화를 통해 지난해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레드카펫을 처음 밟았다. 그는 첫 영화제 참석에 대해 "정신이 없었다. 큰 스크린으로 보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웃긴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장면에서 토론토의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지더라. 이 영화가 무겁게도, 유쾌하게도 해석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분석했다.

작품 선택 기준을 묻자 그는 "고른다기보다 찾아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가 없거나, 삶이 힘든 캐릭터 대본이 많이 들어온다. 제 성향상 평범한 삶보다 안 좋은 상황에서 극복하려는 인물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다만 최근에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고도 했다. 한소희는 "이제는 부잣집 딸 역할을 편하게 해보고 싶기도 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고난과 역경의 감정은 제가 이해할 수 있는 깊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그는 "나는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이코닉한 배우라는 평가와 그에 따른 책임감도 컸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사람이라 제 말과 행동에 의무감,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SNS 논란과 관련해) 억울한 감정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어쩌겠어요.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10명 중 10명이 다 저를 좋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어느 정도 수용하고 좋은 피드백이라고 생각하려 해요. 그래도 저를 좋아해 주셨으면 해요."

영화계 전반의 침체 속에서 개봉을 맞게 된 상황에 대해서도 한소희는 "앞서 김성철 선배는 무릎을 꿇고, 이재균 선배는 절을 했다"고 전하며 웃었다. 이어 "그런 부분들이 영화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겠지만, 요즘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일처럼 되어버린 세상"이라며 "결국 이 영화가 연기적인 부분에서 관객에게 설득력을 가진다면, 찾아주는 분들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배들이 말씀하시길, 저와 전종서가 같은 프레임에 담긴 그림은 앞으로 보기 힘들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또래 배우가 가장 혈기 왕성한 시기에 한 프레임에 잡힌 순간을 함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 '프로젝트 Y'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