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가가 30% 이상 빠지는 버블 붕괴 상황이 올 경우 미국의 소비가 급격히 위축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과거 닷컴 버블 때보다 가계의 완충 여력이 제한적인 영향이다. 한국 경제도 미국의 투자와 소비에 영향을 받는 만큼 미국 경제의 취약성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16일 '최근 미국 소비의 취약 요인 점검' 보고서에서 "물가·고용 측면에서 미국 가계 구매력의 훼손 위험이 잠재돼있고, 소비가 변동성이 큰 주가와 고소득층 지출에 의존하고 있어 충격이 발생하면 미국 경기가 급락할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미국의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을 가정해 소비 변화를 분석했다. 한은은 "10% 정도의 주가 하락은 연간 소비 증가율을 0.3%포인트 정도 낮추는 수준에 그치겠지만 30% 정도 떨어지면 소비증가율이 1.7%포인트 급락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봤다. 30%는 과거 닷컴버블 붕괴 시기(2000년 2분기~2002년 4분기)의 수준의 주가 하락폭이다. 한은은 "당시는 고용과 주택시장이 양호해 충격을 어느정도 흡수했지만 지금은 고물가 하에서 주택시장과 고용이 모두 둔화되고 있어 가계의 완충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고용 통계 과대 계상에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력 대체, 미국 정부의 이민 제한 강화, 기업이 관세를 가격에 전가하는 현상, 수요 압력에 따른 고물가 등이 가계 소비 제약의 잠재 요인으로 거론됐다.
미국 가계의 소득·자산 계층별 양극화도 경제 충격이 실제로 발생할 경우 급격한 소비 부진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됐다. 지난해 주가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가 미국 소비를 0.4% 늘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반대로 주가 조정이 이뤄지면 고소득층 소비를 큰 폭으로 긴축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한국 경제도 미국의 AI 투자와 가계 수요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이런 위험 요인들이 통화·재정 정책의 거시적 확장 효과에 가려 미국 경제의 잠재적 취약성을 증폭시키지 않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