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스페셜 리포트
케이스 스터디 - 포스코홀딩스
투자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건, 때로는 기업에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을 보유한 기업은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인권·노동 이슈도 그중 하나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노동 이슈의 경우 사전 예방 체계와 신속한 대응 프로세스를 갖추지 못하면, 작은 문제가 기업의 평판과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확대될 수 있다.
유엔 책임투자원칙(PRI)은 2022년 12월, 글로벌 투자자의 스튜어드십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 이니셔티브로 ‘PRI 어드밴스(Advance)’를 출범했다. 이는 기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에서도 사회(S), 특히 인권 증진에 초점을 맞춘 글로벌 투자자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이다. PRI는 인권 이슈가 기업의 성과와 재무적 수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금속·광업·재생에너지 섹터를 중심으로 약 40개 기업을 선정해 우선적 조사와 투자자 인게이지먼트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2025년 발간한 ‘PRI 어드밴스 진전 보고서(PRI Advance Progress Report 2025)’에서 전사적 인권 경영 체계 구축 사례로 소개될 만큼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PRI 어드밴스 평가 프레임워크는 △투자자 노력 및 활동 △기업 성과 △산업(섹터) 차원의 참여(인게이지먼트)로 구성된다. 이 중 기업 성과 평가는 ▲UN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UNGPs)의 이행 ▲인권 책임에 부합하는 정치적 참여 ▲운영 및 가치사슬 전반의 중대 인권 이슈 개선 여부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포스코홀딩스는 특히 인권 증진 전략 수립과 이행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뿐 아니라 포스코홀딩스는 세계 벤치마크 얼라이언스(WBA)가 매년 글로벌 리딩 기업 2000개(SDG 2000)를 대상으로 한 항목별 평가에서 인권 경영에 힘입어 높은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2026년 들어 포스코홀딩스는 WBA의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부문에서 토탈에너지스, 네슬레, EDP에 이어 세계 4위이자 한국 기업 중 1위로 선정됐다. 이 분야는 탄소중립 달성 과정에서 사회적 형평성, 포용성 및 노동권을 어떻게 경영전략에 통합되는지 평가한다. 사회적 대화, 전환 계획, 양질의 일자리와 기술 역량이라는 3개 카테고리가 평가 기준이다. WBA는 UN 총회를 통해 출범한 비영리재단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은 WBA 평가 결과를 투자 의사결정에 참고한다.
포스코그룹 최고경영진의 인권 경영 선언
포스코홀딩스의 인권 경영 선언이 주목받는 것은 단순히 실무단에서의 변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고경영진과 이사회로부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2025년 2월 그룹 차원의 ‘인권 경영 선언문’을 선포했다. 이 행사에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을 비롯해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이앤씨, 포스코퓨처엠, 포스코DX, 포스코스틸리온 등 6개 그룹 사업회사 사장단이 함께했다.
장 회장과 6개 그룹 사장단은 인권 경영 선언문을 낭독한 후 직접 서명하며 그룹 전체 인권 경영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포스코는 2003년 인권 경영 정책을 반영한 윤리 규범을 선포한 이래 인권에 대한 관심을 이어왔다. 그러다 2025년부터는 그룹 인권 경영 거버넌스 구축, 인권 실사 방법론 정립, 통합 고충 처리 메커니즘 마련 등 인권 경영 실천으로의 전환점을 마련한 것이다.
포스코그룹은 세계인권선언, UN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 UN 글로벌 콤팩트 10대 원칙,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등 인권 관련 국제 기준을 바탕으로 인권 경영 선언 및 점검 체계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홀딩스는 그룹 인권 경영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6개 주요 사업 회사가 참여한 그룹 인권 경영 TF를 운영했다. 인권 경영 TF는 각 회사의 지속가능경영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법무, 인사노무, 정도 경영, 포스코 인권센터 등 그룹 내 19개 부서의 관리자 및 실무자들이 참여해 인권 경영 선언문을 만들었다.
인권 경영 선언문에는 인권 보호를 위한 핵심 관리 영역을 선정했다. 이는 다른 기업과 구별되는 포스코그룹만의 결정이다. 여기에는 ▲차별 금지 ▲강제노동 및 아동노동 금지 ▲결사 및 단체교섭의 자유 보장 ▲정의로운 전환 ▲산업안전 보장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책임 있는 공급망 관리 ▲부패 및 뇌물 방지 ▲환경권 보장 ▲지역주민 인권 보호 ▲소비자 인권 보호 등이다.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및 최고경영진은 인권 경영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며, 임직원의 인권 경영 실천을 위한 전반적 방향과 정책을 모니터링하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인권 경영 협의체 출범, 전사적 인권 리스크 점검 체계 가동
포스코그룹은 인권 실사 및 고충 처리 제도 운영을 통해 회사 및 자회사, 공급망에서 발생 가능한 부정적 인권 영향을 파악하고, 이를 방지하고 완화하며 인권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자 했다. 특히 2025년부터 포스코홀딩스 주도 그룹 인권 경영 협의체를 출범했다.
인권 경영 협의체에는 선언문 제정에 참여한 6개 사업 회사가 반기 단위로 참여해 그룹 경영활동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내외 인권 이슈를 상시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이를 통해 포스코그룹은 부정적 인권 영향을 식별·예방·완화·대응하기 위한 전사적 인권 리스크 점검 체계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2025년에 나온 포스코홀딩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내 ‘인권 경영 특별 보고서’에는 포스코그룹의 인권 경영 체계와 사례를 실었다. 스페셜 페이지로는 포스코 아르헨티나 법인 사례가 담겼다. 포스코 아르헨티나 법인은 염호 내 리튬 자원 개발 및 수산화·탄산리튬 생산을 하고 있다. 포스코 아르헨티나는 사업 진행 과정을 주민 설명회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며, 2024년 11월부터 QR코드 기반 의견 수렴 채널을 오픈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보고서 뒷부분에는 튀르키예 포스코아산TST법인에서의 노동권 개선 노력과 그룹 차원의 개선 사항을 공개했다. 또 포스코인터내셔널 인도네시아 팜농장 법인 운영과 관련한 산림 복원, 선주민의 사전 인지 동의와 고충 처리 절차 안내, 팜유 정제사업 진출에 따른 공급망 관리 로드맵 개선 사례, 자연자본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 가입 및 생물다양성 공시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이는 포스코그룹의 투명성 개선 노력 및 인권 문제에 대한 포스코그룹의 관심과 지속적인 노력을 보여준다.
“인권 경영으로 기업 가치 높여...인권이슈 C레벨에서 관리”
[인터뷰] 김훈태 포스코홀딩스 ESG사무국장
- 포스코가 인권 경영을 선언한 배경은.
“글로벌 기업은 투자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가 우려하는 이슈를 개선하기 위한 거버넌스와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춰야 투자자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 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포스코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긍정적 피드백을 받고 있다.”
- 포스코그룹이 인권 이슈에서 다른 기업에 비해 특히 진전된 부분은 무엇인가.
“최고경영진이 인권 이슈를 그룹 차원의 핵심 경영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는 매우 어려운 결정이다. 일반 기업이 그룹 경영진 차원에서 인권 경영을 공식 선언하고, 반기마다 그룹 CEO가 주관하고 주요 사업회사 대표이사가 참여하는 ESG 협의회를 통해 인권을 포함한 사업 회사 단위의 주요 ESG 이슈를 점검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를 통해 인권이 C레벨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인권 경영 선언 이후 실무에서는 무엇이 바뀌었나.
“무엇보다 거버넌스 체계가 바뀌었다. 그룹 인권 경영 협의체가 생기면서 인권 경영이 의사결정의 한 축이 되었다. 프로세스 측면에서는 국내 7개 사업 회사의 인권 전담 조직이 생기면서 서면 실사 및 현장 실사 프로젝트가 가동 중이다. 인권 실사의 경우 인권을 크게 11대 영역, 세부 136개 항목으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어떤 것이 인권 이슈인지 알게 했다. 발생 가능성, 심각성, 구제 불가능성이 높으면 중대 이슈로 본다. 고충 처리 메커니즘도 모니터링을 통해 효과성 검증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 올해부터 인권 경영 측면에서 어떤 조치를 취하고자 하나.
“지금까지 사업 운영 측면, 지정학적(사업장 위치) 측면, 섹터별 측면 세 축으로 관리해왔으며, 자사 및 해외 법인, 공급망까지 단계별로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사업장 수준에서 인권 실사를 완료했고, 올해부터 해외 사업장까지 영역을 넓히는 원년을 만들고자 한다. 또 포스코그룹 인권 경영 선언을 7개사에서 했지만, 올해는 2개사 더 늘려 9개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협력사에도 인권 경영을 권고할 것이다.”
- 재무와 연결되는 ESG 활동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ESG 활동은 미래의 캐시플로를 현재 시점에서 지키는 활동이다. 기업이 ESG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가 좌초자산이 되거나, 비즈니스를 포기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 UN 인권특별보좌관이 한국에 왔을 때 대화를 나눴는데, 사업장에서 어떤 이슈가 생겼다고 무조건 사업을 철수하기보다는 문제에 대한 개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포스코그룹은 전 세계 해외 사업장에서 비즈니스를 펼치며 많은 이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인권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혹여 인권 문제가 발생할 경우 빠르게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노력하는 게 포스코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인권이 큰 이슈로 발생하지 않도록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부터 담아내 포스코만의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만들고자 한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