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환금융의 과제를 묻는다

입력 2026-01-29 15:27
수정 2026-01-29 17:09
[한경ESG] 이달의 책



전환금융: 녹색금융의 한계를 넘어
오형나·이젬마·오일영·홍두선·유인식 외 지음│박영사 │2만8000원

산업 전반의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녹색인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녹색금융만으로는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소재·중후장대 산업의 전환을 충분히 포용하기 어렵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를 문제의식으로 삼아 등장한 개념이 바로 전환금융이다.

전환금융은 파리기후변화협약 목표나 넷제로 달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경제 전반의 탈탄소화를 지원하는 동시에 현시점에서 가장 배출 집약적이고 전환이 어려운 부문의 감축을 촉진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경제와 산업 경쟁력 확보를 돕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전환채권 시장은 2024년 기준 32억5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전환펀드 역시 빠르게 확산되며 ESG 분야에서 가장 역동적인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전환금융의 길은 결코 쉽지 않다. 기술 성숙 이전 단계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는 한편 기술 실증, 인프라 구축, 시장 형성에 이르기까지 긴 전환 여정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 책은 한국이 전환금융을 도입·정착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업종별 전환 경로와 기술 로드맵 ▲분류체계(택소노미) ▲기업 단위의 전환 계획 수립 및 공시 ▲전환금융 수단 등 4가지를 제시한다. 여기에 더해 금융배출량 관리, 혼합 금융 활성화,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필요성도 강조한다.

또 전환금융의 핵심 재원인 기후 대응 기금의 중요성과 개선 방향도 짚는다. 무엇보다 안정적 재원 확보가 시급하며, 제한된 예산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기금 설계를 정교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일부 기금 운영 사업은 기후 대응과 직접성이 낮은 만큼 신규·핵심 사업 중심으로 재편 필요성을 제기한다. 아울러 금융권의 시각에서 한국 전환금융의 과제로 ▲개념 정의의 모호성 ▲그린워싱 우려 ▲탄소 고착화 위험 등을 꼽는다. 연내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경우 이러한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에는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탄소금융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오형나·이젬마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오일영 기후에너지환경부 실장, 홍두선 한국평가데이터 대표이사(전 기획재정부 차관보), 유인식 IBK기업은행 ESG경영부장,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선경 네덜란드 그로닝겐대 교수 등이 공동 집필했다. 전환금융을 이해하고 실무에 적용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다.




핵심광물 공급망 전쟁
박준혁 지음 │시크릿하우스 │2만5000원

현재 미중 패권 경쟁은 자원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리튬, 코발트, 희토류 등 전기차와 이차전지, 반도체와 AI, 재생에너지와 국방 사업에 이르기까지 첨단기술의 기반을 이루는 핵심 광물은 국가가 관리하는 전략 자원이 되고 있고, 이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국제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저자인 박준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거대한 광산 현장을 누빈 경험을 토대로 핵심 광물 공급망이 어떻게 시장의 영역을 넘어 국가전략과 경제안보 문제로 전환되었는지 짚는다. 그러면서 공급망 전 단계에 숨어 있는 취약성과 리스크를 설명한다. 저자는 한국만의 ‘자원 안보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공동 탐사부터 기술개발, 인력 교류까지 아우르는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방정부 ESG 공약과 정책
사득환·양세훈·오수길 외 지음 │윤성사 │3만 원

오늘날 지방자치는 단순한 행정 단위 운영을 넘어 지속가능성과 책임성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응답해야 하는 책무를 지고 있다. 이 책은 한국의 20개 ESG 우수 지방정부 20곳을 선정해 각 지방정부가 ESG 담론이 확산되기 시작한 민선 5기부터 8기까지 어떠한 공약을 제시하고, 이를 지방정부 정책으로 반영해 이행했는지를 체계적으로 검토했다. 광역단체뿐 아니라 시군구 단위까지 모범 사례를 두루 선정해 참고가 될 수 있게 했다. 후보자의 공약 단계에서 시책으로 수립 과정, 이행 및 성과의 질적 수준뿐 아니라 ESG 관점에서 지역사회에 남긴 의미와 파급효과를 분석했다. 한국 공공ESG학회 회장이자 서울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부의원장인 사득환 경동대 교수가 대표 저자로 참여했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