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매는 대형주 안에서만 이동…실물 경기 확인 전까지 쏠림 지속될 것”

입력 2026-02-02 06:00
수정 2026-02-02 09:36
[리서치센터장 인터뷰]

연초부터 코스피가 다시 한번 역사적 고점을 넘어선 가운데, 한국 증시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대형주와 초대형주 중심의 상승이 이어지면서 이번 랠리를 구조적 변화의 신호로 볼지, 일시적인 쏠림 현상으로 해석할지를 두고 시각이 엇갈린다.

김지영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상승을 단순한 지수 레벨의 돌파가 아닌, 한국 증시가 재평가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흐름으로 진단했다. 정부의 자본시장 지원 정책과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환경, 반도체·정보기술(IT) 업종의 실적 모멘텀이 맞물리며 상승 동력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현 장세가 시장 전반의 체력 회복을 동반한 국면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김 센터장은 올해 증시의 방향성을 가를 변수로 정책의 실행력과 실적 모멘텀의 지속성, 환율을 꼽았다. 로봇·휴머노이드와 금융주, 대체자산까지 변화하는 투자 환경 속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가져야 할 현실적인 전략과 투자 마인드도 함께 제시했다.

코스피가 연초부터 최근 역사적 고점을 넘어섰습니다. 현재 코스피는 ‘고평가·적정·저평가’ 중 어느 구간으로 보십니까.
“이번 고점 돌파는 단순한 지수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지난해에 높은 상승을 보였음에도 상승 흐름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가 일정 부분 재평가를 받는 신호로 해석해도 무방합니다. 지난해 정권 교체 이후 혼란스러운 국면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자본시장 지원 정책이 효과를 내며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전개됐고, 하반기에는 반도체·IT 업종의 실적 호재가 본격적인 실적 모멘텀으로 이어지면서 증시를 끌어올리는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올해 역시 그 흐름이 지속되는 모습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상승이 대형주·초대형주의 ‘나 홀로 독주’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시장 전체가 고르게 오르는 장을 건강한 장으로 본다면, 현재는 규모별 차별화가 지나치게 커 그 지점에서 밸류에이션 부담 지적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현시점의 코스피를 고평가로 보지는 않습니다. 대형주 중심 장세이긴 하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핵심 종목들이 글로벌 동종 업종 대비 여전히 저평가 구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코스피는 적정 구간이라고 봅니다.”

코스피가 크게 올랐는데, 정작 수익 낸 사람은 의외로 없다는 말이 많습니다. 현재 시장의 쏠림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까요.
“현 시장의 특징은 ‘좋아 보이는 구간이 분명히 있는데, 그 수혜가 시장 전체로 확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코스피가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상승의 상당 부분이 상위 소수 종목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체감 수익이 낮아졌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원래 주식 시장이 ‘좋다’고 느껴지는 국면은 대형주가 먼저 움직이고, 그다음 중형주, 소형주로 순환매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그 흐름이 나타나야 실물 경기 개선과 기업 전반의 동반 회복이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실물 경기나 기업들의 경기 개선이 ‘이제 좋아졌다고 확언할 만큼’ 뚜렷하게 확인된 상황은 아닙니다.

그러니 결과적으로는 확실해 보이는 곳, 즉 일부 대형주로 쏠림이 더 강해지고 독식 구조가 심화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현실은, 순환매가 시장 전체로 번지기보다 대형주 풀 안에서만 이동한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그동안 많이 올랐던 종목(화장품이나 일부 음식료 등)에서 이익을 실현해 삼성전자로 옮겼다가, 현대차가 강세를 보이면 삼성전자를 일부 정리해 현대차로 이동하는 식의 흐름입니다. 이런 자금 이동은 지수에는 힘을 주지만, 시장 전체 투자자들이 고르게 수익을 체감하기는 어렵게 만듭니다. 다만 이런 독식 구조가 곧바로 시장이 고평가됐다는 결론으로 직결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봅니다. 과거 제조업 중심의 이익 사이클에서는 가격(P)과 수량(Q)이 개선돼 실적이 좋아졌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 확인된 뒤에야 ‘아, 이래서 실적이 좋았구나’ 하면서 주가에 뒤늦게 반영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대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주가에 반영된 측면이 있습니다. 이 차이가 체감상 ‘너무 앞서간 것 아니냐’는 불안으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고평가로 단정할 때는 그 기대가 실현 가능한지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투자는 여전히 유효할까요.
“큰 틀에서는 유효하다고 봅니다. 다만 지금의 상승을 두 회사만의 것으로 단순화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현대차처럼 일부 초대형주 사이에서 자금이 이동하는 구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고평가 논쟁의 본질은 ‘이 흐름이 지속 가능하냐’입니다. IT 업황이 계속 좋다면, IT에서 파생되는 하청·연관 산업도 좋아지는 구조가 이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하청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이나 모멘텀이 뚜렷하게 확인되지는 않습니다. 이 연결 고리가 약하다는 점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만들고, 그 의문이 시장의 고평가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정부의 주식 시장 부양 정책이 얼마나 일관되게 실행되는지, 그리고 기업 실적 모멘텀이 현재의 기대 수준을 유지·확대할 수 있는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책은 ‘강도가 세다’, ‘약하다’보다도, 말한 것을 실제로 실행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시장은 이미 많은 정책 메시지를 들었고, 이제는 ‘실제로 시행되는가’를 통해 신뢰를 형성합니다. 자사주 매입 의무 소각 같은 사안은 대표적인 예입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실행 여부에 훨씬 민감합니다. 정책 강도 자체는 시장 기대만큼 갑자기 강하게 나오기보다는, 단계별로 현실적인 수준에서 강화되는 형태가 더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정부 정책은 궁극적으로 경제를 좋게 만드는 요소여야 하고, 기업을 과도하게 힘들게 하면서 가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책의 핵심은 방향성과 실행, 그리고 그 실행이 일관되게 이어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조정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은요.
“지난해 상반기에는 주택 가격이 핵심 변수였다면, 지금은 환율이 시장 방향성과 투자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졌습니다. 다만 정부의 조치나 대안이 시장에서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되면서, 주식 시장 상황도 완전히 나쁘지는 않은 흐름으로 이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외국인 수급은 환율과 직결됩니다. 환율에 따라 투자 수익률의 환산 결과가 달라지고, 그만큼 투자 매력도 판단이 바뀝니다. 그런데 이때 중요한 것은 한국 시장의 상대적 이익 매력입니다. 이익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신호가 유지되고, IT·반도체 업황이 탄탄하게 이어진다는 기대가 형성되며, 동시에 환율이 어느 정도 안정화된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로 들어올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습니다.”

CES 이후 로봇·휴머노이드 테마가 급부상하며 현대차 주가도 크게 움직인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로봇 산업에 어떤 관점과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기술 산업에서 투자자가 기술력을 직접 체험하고 완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각적으로 보이는 효과, 즉 시각화된 결과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대차의 로봇 시연은 많은 사람들이 동영상만 보고도 ‘이 정도면 실제 활용이 가능하겠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인상을 남겼습니다. 비용 부담이나 상용화 과정에서의 난점 같은 반론이 나올 수는 있지만, 시장은 무엇보다 ‘보여줬다’는 사실에 반응합니다.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하게 되면 확신이 생기고, 유동성이 좋은 시기에는 그 확신이 주가로 빠르게 반영됩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쏠림과 과열 논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추격보다는, 안정권에서 본인의 기준에 맞춰 접근하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다만 현대차처럼 직접투자를 통해 기술 격차를 벌리려는 움직임은 시장에서 효과를 보겠다는 의지로 읽히고, 기술 격차가 한 번 벌어지면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점 효과에 대한 기대도 함께 작동합니다.”

금융주, 은행주는 저평가라는 말이 많지만, 막상 주가 모멘텀이 약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금융주가 소외된 배경에는 규제 산업이라는 인식, 그리고 정부 정책에 따른 마진 둔화 우려가 있습니다. 또 시장 전체가 성장 서사가 강한 업종으로 쏠리는 국면에서는 금융주가 더 소외되기 쉽습니다. 다만 은행은 구조적으로 손해 보는 장사를 지속하기 어렵고, 실제 체력은 과거보다 좋아졌다고 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논점도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주주 환원과 자본시장 제도가 실제로 바뀌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됐습니다. 배당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과 같은 정책이 실현되는지, 그리고 그 방향성이 지속되는지가 핵심입니다. 일본 사례는 여기서 참고가 됩니다. 일본도 오랜 기간 밸류업을 시도했지만, 외국인들은 ‘자국민도 사지 않는 주식을 왜 사라고 하냐’는 식으로 질문했고, 일본은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포함해 시장 매력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한국도 방향성은 정권을 넘어 지속돼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다만 아직은 확정된 것이 많지 않고, 지속성이 공식화되는 순간 금융주, 특히 은행주가 먼저 탄력을 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은행은 배당의 지속성과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강한 업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은행주는 ‘저축하는 마음으로 투자한다’는 접근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올해 개인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조언해주신다면요.
“해외 자산, 특히 미국 주식과 채권의 매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유럽이나 중국은 아직 경기 회복 불확실성이 더 높게 느껴질 수 있고, 자금의 방향성을 생각하면 미국 쪽 선호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해외 자산을 일정 부분 담는 전략은 유효합니다. 다만 한국 주식도 저평가 구간에 있다는 시각을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내에서는 성장주 중심의 접근이 강했지만, 구조적으로 은퇴 연령이 늘어나고 수익(배당)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가치주·배당주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이 안정적인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은행 같은 업종은 과거 대비 체력이 좋아졌고, 이익 안정성이 뒷받침되면 배당의 지속성이 평가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중소형주는 아직은 조심스럽게 보되, 지수가 일정 구간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대형주의 실적이 확인되는 흐름이 계속된다면, 그때부터 순환매가 확산될 가능성을 열어 둘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아직 아래로 내려오기 쉬운 환경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금 같은 대체자산 투자는 어떻게 보십니까.
“대체자산은 전반적으로 과열된 측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현금을 신뢰하기 어려워 대체자산을 보유하는 수요가 강한 것도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당장 급하게 팔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중요한 배경은 어느 나라도 돈을 찍어내는 것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조정의 계기는 결국 물가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생필품 부담이 커지고 물가가 통제되지 않는 신호가 강해지면, 시장과 정치 모두 이를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구간에서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점입니다.”

현재 주목할 만한 소외주를 꼽는다면요.
“앞서 언급한 은행을 첫 번째로 봅니다. 두 번째는 음식료입니다. 과거 K-한류 흐름처럼 시장에서 주가와 이익 확대 가능성이 함께 평가받는 국면이 있었고, 그런 관점에서 음식료도 재평가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세 번째는 인터넷(네이버·카카오)입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가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지만, 두 회사가 오랫동안 투자를 지속해 왔고 주가도 눌려 있는 만큼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를 관찰할 가치가 있습니다. 단순히 눌려서 오른다기보다는, 기업의 체력과 실현 가능성을 기준으로 보는 접근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투자 마인드가 있다면요.
“저는 밴드를 좁게 가져가라고 말씀드립니다. 즉, 본인이 생각하는 목표 수익률을 먼저 정하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전이라도 일정 구간에서 과감히 일부를 정리하는 규칙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목표가 50%라면 20~30% 수익 구간에서 30~50% 정도를 정리하는 식의 접근이 가능합니다. 다시 살 기회는 온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실물 경기가 완전히 회복된 국면이 아니어서, 뉴스 하나로도 투자 심리가 흔들릴 수 있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목표 수익률을 과거보다 낮게 가져가고, 차익 실현과 재진입을 반복하면서 본인이 잘 아는 종목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전략일 수 있습니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