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7월부터 배임죄 폐지를 공언했지만 해가 바뀌도록 별다른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동시 처리를 내걸었던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 상법 개정안을 이미 통과시킨 것과 대조적이다. 법무부가 진행 중인 관련 연구용역 결과는 일러도 2월 말에야 나올 전망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에선 기존 ‘배임죄 전면 폐지 및 대체입법 통합 처리’에 대응해 ‘단계적 폐지’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먼저 폐지하면서 동시에 형법상 배임죄에는 경영판단 면책 원칙을 삽입하는 작업을 먼저 하고, 추후 배임죄를 없애면서 대체 입법을 하는 게 단계적 방식이다.
당정은 그동안 배임죄 폐지 및 대체 입법을 한번에 하는 ‘통합 처리’를 추진해 왔다. 상법 개정으로 기업의 의무가 늘어나는 만큼 경제계 요청도 수용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배임죄 폐지 실무를 맡은 정부 측 작업이 지연되는 사이 민주당은 상법 1·2차 개정을 마치고 3차 개정(자사주 소각)까지 속도를 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 부담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배임죄 관련 사건이 방대해 유형화에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배임죄 관련 1심 선고 3300건을 분석한 결과, 배임죄 적용 사례의 약 40%가 기업 임직원의 개인 비리(법인카드 사적 사용, 재산 유용 등)에 해당하고, 재벌 총수 및 경영진의 배임 비중은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 이중매매, 사기, 공금 유용 등 기업과 무관한 일반인 관련 사안도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임죄가 기업뿐 아니라 일반 국민 생활 전반과 밀접해 있어 유형화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는 의미다. 형법 등 30개가량의 법률에 규정된 배임죄를 폐지하면서 개별 조항들을 개정할지 또는 특별법을 만들 것인지도 당정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정부가 발주한 배임죄 관련 연구용역 결과는 2월 말이나 3월 초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강현우/허란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