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파업이 이틀 만인 어제 종료됐다. 시민들의 불편이 해소된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 임단협에서 서울시와 사측이 노조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은 조건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2024년 12월 대법원 판결 반영 문제였다. 이 대법원 판례가 처음 적용된 지난해 10월 동아운수 항소심에서도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월 176시간 기준)이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사측이 상고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은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하는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10.3%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기존 체계 유지와 3%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이번 임단협은 노조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 임금 인상률이 3%에서 2.9%로 소폭 낮아진 것 외에는 65세 정년 연장 등 노조 요구가 사실상 모두 받아들여졌다. 아무리 버스 운행 재개가 급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양보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부산, 대구 등 지방 시내버스 노사가 상여금을 기본급에 넣는 임금체계 개편에 합의한 것과도 비교된다. 동아운수 상고심에서도 기존 판결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노조 측이 의도한 대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돼 실제 임금 인상률은 20%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동아운수 외에 60여 개 운수사가 비슷한 소송을 제기당한 상황이어서 서울 시내버스 인건비는 올해 2000억원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가 매년 4000억~5000억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서울 시내버스의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적자는 8785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인건비까지 급증하면 버스 준공영제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이번 서울 시내버스 임단협은 노조가 시민 불편을 볼모로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서울시 측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파업에 따른 비판 여론을 의식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위야 어찌 됐든 앞으로 파업을 앞세운 급격한 임금 인상 시도가 다른 부문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경영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