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등장한 'AI 패자부활전'에…업계 "애매한 기준이 문제"

입력 2026-01-15 17:24
수정 2026-01-15 18:55
정부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1차 평가에서 네이버클라우드·NC AI 컨소시엄을 탈락시킨 직후 패자부활전 카드을 꺼내 들었다. 5개 정예팀을 4개로 압축하는 구조였는데, 한꺼번에 2개 팀이 빠지면서 3개 팀만 남게되자 ‘공석’을 다시 채우겠다는 논리다. 일각에선 역량 부족으로 탈락시킨 기업을 다시 심사대에 올린다는 것 자체가 평가 기준의 애매함을 자인하는 꼴이란 비판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15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는 모든 참여 기업이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할 기회를 주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며 이번 1차 평가에서 탈락한 네이버클라우드, NC AI 컨소시엄에 다시 응모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5대 정예팀 선정 당시에 탈락한 모티프테크놀로지스, 카카오, KT, 코난테크놀로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컨소시엄도 기회를 다시 얻게 됐다. 추가로 선정되는 팀은 이날 1차 평가를 통과한 3개 컨소시엄과 마찬가지로 컴퓨팅·데이터 지원, 'K-AI 기업' 명칭 사용 등이 보장된다.

업계에선 계획에 없던 ‘즉석 패자부활전’이 사업의 공정성 논란을 잠재우기보다, 오히려 정책 신뢰를 더 흔드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내 1위 포털인 네이버를 차마 버리지 못한 정부가 명분을 만들기 위해 판을 새로 짠 것 아니냐는 특혜 의혹까지 제기된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빠지면 ‘국가대표 사업’으로서의 중량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딜레마에 빠진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게 패자부활전 카드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다만 이날 네이버는 "정부 평가를 존중하며, 재도전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탈락 절차를 진행한지 불과 몇 주 뒤에 다시 공모해 정예팀을 뽑겠다는 것은 행정의 일관성을 정부가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비판도 나온다. 참여 컨소시엄들은 경쟁 규칙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불안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 사업 구조가 계속 흔들리면 기업은 장기 개발 로드맵 대신 ‘심사 대응 최적화’에 매달리게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살아남은 3개 팀 입장에선 형평성 논란을 제기할 수도 있다. 출발선이 다른 팀을 같은 트랙에 세우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