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가격 비싸도 좋아요"…가족여행 간 40대 푹빠진 이유

입력 2026-01-15 17:43
수정 2026-01-16 00:51

서울 대기업에 다니는 김 모 과장(42)은 이번 설 연휴 사이판 여행을 앞두고 ‘올 인클루시브’(all inclusive) 리조트를 택했다. 처음엔 1박당 가격이 일반 호텔보다 30%가량 비싸 망설였지만 최근 급등한 환율과 현지 외식 물가를 따져보니 오히려 이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아이 둘을 데리고 매끼 식당을 찾아 헤매는 것도 일인데, 밥값 걱정 없이 호텔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고 했다.◇가성비 중시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 여행 경비 대부분을 한 번에 결제하는 올 인클루시브 여행이 떠오르고 있다. 과거 신혼여행객이나 일부 호화 여행객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세계적인 고물가와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예측 가능한 소비를 원하는 여행 수요와 맞아떨어진 결과다.

15일 호텔·리조트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랜드파크의 켄싱턴호텔 사이판 투숙객 가운데 10명 중 8명이 객실과 식사, 액티비티까지 모두 포함된 올 인클루시브 패키지를 선택했다. 성인 한 명당 아동 한 명의 식사를 추가 제공하는 등 가족 여행객을 타깃으로 한 전략이 주효했다. 이 호텔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과 현지 물가 상승에 대한 불안이 커 사전에 비용을 완불하고 떠나는 방식이 합리적이란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 계획을 세우는 수고를 덜고 싶은 이들을 겨냥한 올 인클루시브 상품도 있다. 시그니엘 서울이 내놓은 ‘시그니처 스위트 페스티브’ 패키지가 대표적이다. 북적이는 뷔페 대신 객실로 요리를 가져다주는 ‘인룸 다이닝’ 서비스를 포함했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온전히 휴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신화월드도 테마파크와 워터파크, 영화 관람권까지 묶은 패키지를 내놓으며 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여행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모두투어는 오는 3월 사이판 마라톤 대회와 연계해 항공, 숙박, 식사, 마라톤 참가비까지 묶은 ‘런트립’ 상품을 최근 내놨다.◇글로벌 체인 잇달아 참전글로벌 여행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과거엔 ‘클럽메드’ 등 특정 리조트와 멕시코 칸쿤 등 특정 지역 위주로 올 인클루시브 상품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메리어트, 힐튼 등 글로벌 호텔 체인이 경쟁적으로 올 인클루시브 상품을 내놓고 있다.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은 최근 W호텔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성인 전용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인 ‘W 푼타카나’를 선보였다. 하얏트도 ‘인클루시브 컬렉션’이란 브랜드를 내세워 미주, 유럽 등지에서 사업을 확장 중이다. 프랑스 아코르그룹도 리크소스 등 산하 브랜드를 통해 ‘올 인클루시브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올 인클루시브가 더 이상 틈새시장이 아니라 명품의 대중화처럼 여행산업의 주류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데이터인텔로에 따르면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 시장 규모는 2024년 956억달러(약 140조원)에서 연평균 7.1% 커져 2033년에는 1772억달러(약 2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우후죽순 쏟아지는 올 인클루시브 상품을 고를 때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밀한 의미의 올 인클루시브는 아침, 점심, 저녁 등 식사뿐 아니라 스낵과 주류, 룸서비스, 미니바까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국내 호텔, 리조트들이 내놓는 상당수 상품은 아침과 저녁 식사만 주는 ‘하프 보드’ 형태이거나 액티비티 이용 횟수에 제한을 둔 ‘번들링’ 상품에 가깝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