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조정과 트럼프 리스크, 정책 조합으로 버텨야[마은성의 경제 돋보기]

입력 2026-01-17 19:55
수정 2026-01-17 19:56

연초가 되면 우리는 늘 경제를 ‘낙관’과 ‘비관’으로 나눠 전망하고자 한다. 그러나 2026년 올해의 핵심은 성장률이 위냐 아래냐 여부보다 충격이 왔을 때 얼마나 기민하게 움직이며 다양한 수단을 조합해 ‘정책 스페이스’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여기서 정책 스페이스란 정책 수단을 필요한 순간에 효과적으로 꺼내 쓸 수 있는 운용 여력을 뜻한다.

AI는 장기 성장 잠재력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기술의 가치와 시장가격이 움직이는 속도는 다르다. 닷컴버블도 기술의 방향성 자체는 맞았지만 밸류에이션과 투자 속도가 수익화보다 앞서가면서 조정이 뒤따랐다. AI도 같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물론 이번에는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빅테크가 투자의 중심에 있고 데이터센터·반도체·클라우드 같은 인프라 투자가 실물로 확산되며 ‘실체’가 더 크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한국에 더 중요한 질문은 “AI가 맞냐 틀리냐”가 아니다. 기대가 꺾이는 순간 위험자산 조정과 달러·자본흐름 재배치가 동반되며 원화 변동성을 키우는 전이 경로가 열릴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트럼프 2.0의 불확실성은 “정책 방향”만이 아니라 정책의 집행 가능성과 지속가능성에서도 생긴다. 관세는 그 수준 자체보다 권한과 절차를 둘러싼 법적·정치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이는 기업의 투자·고용 결정을 보수적으로 만들며 교역·물가·환율에 복합 충격을 유발할 수 있다.

여기에 대외정책 변수도 있다. 이란 문제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도널드 트럼프의 입장과 협상 전략이 가시화되는 과정에서 지정학 리스크 프리미엄이 흔들리면 에너지 가격과 달러 흐름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 동시에 연준을 둘러싼 정치적 잡음이 커지면 시장은 금리 기대를 다시 가격에 반영한다. 최근에도 연준 의장 관련 이슈와 차기 인선 관측이 함께 부각되며 ‘독립성’ 논쟁이 재점화되는 모습이 관측됐다.

신용평가사까지 연준 독립성이 미국 신용도의 핵심 축이라고 재확인한 것은 이 이슈가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달러·금리의 위험프리미엄과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무역정책 불확실성과 연준 리스크가 결합되는 국면에서는 달러 및 금리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고, 그 여파가 신흥국 통화와 자본흐름으로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정책 대응 역량이 중요해진다. 통화정책은 경기만 보고 움직이기 어렵다. 경기 둔화가 뚜렷하면 완화가 필요해 보이지만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기대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고 대외적으로는 환율 변동성 확대나 물가 경로의 재상승이 겹치면 금리 운용은 곧바로 제약을 받는다. 이때 핵심은 금리의 ‘방향’보다 속도와 신호이다. 어떤 조건에서 무엇을 우선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정교하게 가져가야 시장의 과잉 해석이 정책 여력을 더 좁히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정부의 대응 역시 단일 수단으로는 부족하다. 대외 충격은 교역·마진·에너지 가격을 통해 실물로 들어오고,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와 주택 기대를 자극해 ‘금융 불균형’으로 번질 수 있다. 따라서 거시·미시건전성 수단을 함께 조합해 과열 신호가 보일 때 선제적으로 미세조정하고 외환·유동성 관리로 쏠림을 완화해 변동성의 전이를 차단해야 한다. 재정·산업정책은 총량 부양보다 충격이 집중되는 병목을 정밀하게 보완해 실물 손상이 금융불안으로 확대되는 경로를 끊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결국 2026년의 승부처는 신속한 기민함과 각종 정책 수단을 동원해 해법을 설계하는 조합 능력에 있다.

마은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