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분쟁의 책임 주체 확장…공인중개사도 책임이 쟁점이 되는 시대

입력 2026-01-16 09:00
과거의 임대차 분쟁은 대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과 ‘돌려받으려는 임차인’ 사이의 이분법적 구도였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법정에서 목격되는 풍경은 사뭇 다르다. 보증금 미반환 사고 발생 시 임차인의 화살은 이제 임대인뿐만 아니라,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와 중개 플랫폼, 심지어는 임대관리업체로 향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임대차 분쟁은 더 이상 임대인만의 문제로 환원되지 않으며, ‘중개’ 자체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인중개사법 제25조는 중개가 완성되기 전에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 중요사항을 성실·정확하게 확인·설명하고 근거자료를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제30조는 고의·과실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공인중개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2024년)으로 공인중개사가 확정일자 부여현황이나 국세·지방세 체납 여부를 설명하도록 하는 등 공인중개사의 설명 및 확인 의무가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최근 대법원은 다가구주택 임대차 계약에서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고 임차인 보호를 한층 두텁게 하는 중요한 대법원 판결을 선고했다(대법원 2025. 12. 4. 선고 2024다283668 판결).

위 판결의 사안은 임차인이 공인중개사를 통해 다가구주택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후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 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공인중개사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임대인의 자료 제출 불응으로 선순위 임차인이 다수 있을 수 있음’이라고 기재하고 구두로 설명하는 데 그쳤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설령 임대인이 관련 자료 제공을 거부해 정확한 실상을 알기 어려웠다 하더라도, 중개사는 다가구주택의 규모·전체 세대 수·인근 유사 부동산의 임대차보증금 시세 등을 확인하면 선순위 임대차보증금 채권이 얼마나 있을 수 있는지 정도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며 공인중개사가 이를 조사·확인해 설명하지 않았다면, 공인중개사로서 요구되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및 임대차계약의 전문가로서 임차인이 정보를 얻기 어려운 사각지대까지 파고들어 임차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이다.

이러한 흐름에 공인중개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공인중개사가 임대차 분쟁에서 책임을 합리적으로 통제하고 임차인 보호를 실질화하려면, 단순히 “설명했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절차·근거·기록이 남는 업무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우선 설명은 반드시 구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권리관계가 깨끗하다” 같은 추상적 표현으로는 부족하며, 특히 다가구주택·빌라 임대차에서는 선순위 임대차 보증금의 합계액(또는 최소한 합리적 범위), 경매 시 예상 낙찰가를 고려할 때 보증금 회수 곤란 가능성, 후순위 위험을 임차인이 판단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리해 확인·설명서와 특약사항에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대인이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에도 “확인 불가”로 종결할 것이 아니라, 건물 규모·세대수·인근 시세·유사 매물 자료 등을 근거로 선순위 보증금이 형성될 가능 범위를 합리적으로 산정해 임차인에게 제시하고, 그 근거를 남겨야 한다.

자료 요구를 절차화하고, 임대인이 거부하는 경우 그 증거를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 임대인에게 다른 호실 임대차 현황(보증금·차임·기간·확정일자·전입 여부 등)과 국세·지방세 완납증명 등 체납 관련 자료의 제출(또는 열람 동의)을 요청한 뒤, 임대인이 거부하면 독촉 문자·이메일 등 “요청과 거부”의 기록을 축적하고, 임차인에게도 “임대인 협조 부족으로 선순위 보증금·체납 위험을 특정하기 어렵고 보증금 회수에 불리할 수 있다”는 취지를 고지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

마지막으로 특약을 통해 중개 과정의 성실성을 입증할 수 있다. 임대인의 고지의무 위반 또는 허위 고지 발견 시 계약 해제 조건, 국세·지방세 완납증명서 제출 시기와 미제출 시 조치, 선순위 임대차 자료 제출 의무 및 불이행 시 임차인의 해제권 등을 촘촘히 설계해 계약 구조에 반영한다면 책임을 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공인중개사는 설명을 구체화하고, 자료요구를 절차화하며, 거절·고지 여부를 증거로 남기고, 특약으로 위험을 통제하는 과정을 통해 분쟁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글 법무법인 위온 대표변호사 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