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18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정부가 한때 영공을 폐쇄하는 등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중동 지역 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은 이란 사태에 대한 군사 개입 옵션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 명분으로 삼아온 시위대 처형이 중단됐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군사 개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상태다.美 군사 개입 ‘일단 보류’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당국의 시위 진압과 관련 “(시위대) 살해가 중단됐다고 들었다”며 “(이란 정부의) 처형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소식의 출처가 “매우 신뢰할만한 소식통”이라며 “그것이 사실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란도 시위대를 교수형에 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폭스 인터뷰에서 “교수형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일단 보류하는 쪽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시위대를 교수형에 처하기 시작하면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안보리 회의는 중동 상황을 주제로 15일 오후 3시 유엔본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정부에 압박을 강화하며 미국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시위대에 기관을 점령하라며 강경하게 맞설 것을 촉구했다.
특히 미군이 중동 지역 핵심 군사 거점인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며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이란의 보복 가능성에 대비해 사거리 내 있지 않도록 공군을 철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중동 최대 미군 기지인 알우데이드는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을 폭격하자 이란이 미사일 공격을 한 곳이다. 영국도 해당 기지에서 일부 인원을 빼내고 이란 주재 대사관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이란은 공중 임무를 이유로 자국 영공 통제에 나서며 미국 군사 개입에 대비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영공 폐쇄는 15일 오전 1시45분부터 5시간가량 이어졌다. 앞서 이란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다면 미군이 주둔한 주변국의 미군 기지 전체가 타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주변국도 예의주시미국이 군사 개입 옵션을 완전 배제한 것은 아니라 긴장을 놓을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 옵션은 배제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NBC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안보팀에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시행한다면 장기전이 아닌 ‘신속하고 단호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뉴스네이션에 따르면 미국은 남중국해에 배치된 항모전단을 미국 중동 중부사령부 작전책임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부사령부는 이란을 비롯해 이집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21개국을 관할하고 있다.
이동 중인 항공 전단에는 핵 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하는 데는 약 일주일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중동에는 연안전투함 3척과 구축함 3척 등 총 6척의 미 해군 함정만 배치돼있다.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은 지난해 10월 지중해에서 카리브해로 이동해 중동에는 핵 추진 항공모함이 없다.
중동과 유럽 등 다른 국가도 이란과 미국의 군사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스페인과 폴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는 이란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 이란을 떠나라고 권고했다. 독일은 자국 항공사에 이란 영공 진입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중동 지역 내 일부 국가는 미국이 외교적 방법으로 이란 사태를 해결하도록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걸프국은 미국과 이란의 긴장 고조로 자국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본다”며 “오만과 카타르 등이 트럼프 행정부에 이란 공격을 자제하라고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사태가 급변하면서 국제 유가도 출렁거리고 있다.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나흘간 10%가량 뛰어 배럴당 61달러를 넘어섰지만 이날 2%가량 하락하며 60달러대를 기록했다. 15일 오전 2시 기준 59.9달러까지 내렸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