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 이전 절대 안돼"...인천시민 반발

입력 2026-01-15 14:32
수정 2026-01-15 14:41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이 청사를 서울로 옮길 수 있다는 발언이 인천지역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의 반발에 이어 시민단체는 물론 정파와 관계없이 정당들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재외동포청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둥지를 튼 지 2년 6개월 만에 서울 이전 논란에 휩싸였다.

▶김경협 재외동포청장 "서울 광화문 이전 검토 중"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재외동포청은 업무 특성상 외교부와 긴밀히 협의해야 할 사안이 많은데, 너무 떨어져 있어 이동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며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 빈 사무 공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임차료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외동포청은 700만 재외동포의 의견 수렴을 거쳐 인천 송도에 자리 잡았다"며 "서울 이전 발언은 국민의 의견을 도외시하고 공무원의 행정편의주의적 결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재외동포청은 13일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재외동포청 현 건물 잔류, 다른 건물로의 이주, 송도 외 다른 곳으로의 이전 등 여러 가지 사항의 장단점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재외동포청 관계자는 "우리 정책 수요자인 재외동포의 편의에 두고, 오직 동포의 입장에 섰을 때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를 고려하기 위해서 여러 경로로 다양하게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천시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재외동포청의 입장문 발표는 오히려 지역사회를 더 들썩이게 만들었다. 결국 재외동포청의 이전 검토가 사실이며, 이전 이유가 외교부와 업무협의 따른 공간적 문제라고 실토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이어 지역 정가도 반대 입장
인천지역사회에서는 김경협 청장의 서울 이전 발언 취소가 아니라 퇴진을 요구하는 단계로 확산하고 있다.

인천지역 13개 주민단체의 모임인 인천시총연합회는 14일 '인천시민 얕잡아 본 김경협 재외동포청장 사퇴하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연합회는 입장문에서 "재외동포청 본청 소재지가 인천이 아닌 부산, 대구, 광주, 세종 등 이른바 정치적 힘을 가진 도시에 있었다면, 기관장이 과연 이렇게 가볍게 입을 놀릴 수 있었겠는가"라며 "느닷없이 인천에 입지한 정부 부처 이전을 호주머니 물건 꺼내듯이 거론했다는 점에서, 인천시민을 경시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김 청장을 직격했다.

연합회는 김경협 청장에게 광화문 이전 검토에 대해 사과하고 청장 자리에서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김 청장에 대한 규탄은 지역 정가로 확산했다.

국민의힘 인천시당은 14일 "업무 불편 등을 이유로 이전을 언급한 것은 재외동포청 설립 취지와 역사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망언이자 750만 재외동포와 국민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라며 "재외동포청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김 청장에 대한 서울 이전 발언에 대해선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역 의원도 한목소리를 냈다.

김교흥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서구갑)은 "외교부는 당시에도 정부서울청사를 원했지만, 최종적으로 인천으로 결정된 것은 정책 수혜자인 한인 단체에서 인천 유치에 대해 강한 지지를 보내주셨기 때문"이라며 "정책은 행정적 관점이 아니라, 정책 수혜자의 입장에서 결정해야 재외동포청 광화문 이전 검토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도 15일 재외동포청의 ‘행정 편의주의’에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100만 시민 서명운동 추진 등을 통해 2023년 6월 5일 ‘재외동포청’을 인천 송도에서 개청할 수 있었다"며 "인천에서 시작된 고귀한 이민역사가 퇴색되지 않도록 재외동포청은 반드시 인천에 존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재외동포청 유치를 위해 수년 전부터 공을 들였다. 대한민국 첫 공식 이민이 인천항에서 출발한 역사적 사실, 인천공항의 근접성, 송도국제도시의 국제기구와 협력 등을 내세워 유치에 성공했다. 당시 유럽과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미국 하와이 교민들도 인천의 재외동포청 유치에 힘을 보탰다.

당시 인천시는 재외동포청이 인천에 있어야 하는 이유로 △인천공항이 인접해 있어 편리하고 효율적인 재외동포 서비스 △송도국제도시의 다양한 국제기구와 연대 강화 및 교류 활성화 가능 △인천 시민의 오랜 염원 등을 내세웠다.

한편, 김교흥 국회의원 사무실은 15일 재외동포청을 항의 방문해 청사의 광화문 이전 검토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행정 편의나 관료적 발상으로 이를 흔드는 것은 재외동포 사회와 국민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라며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은 재외동포청 광화문 이전 검토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외동포청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철회 입장문은 나오지 않았다.

인천=강준완 기자